2019년 5월 16일 목요일
올 봄에는 왠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늘 여름 휴가를 오던 아들네 가족이 올해는 못오겠다는 소식을 들은 후 부터
였던것 같다.
대신 올 여름에는 사돈어른이 그곳에 가셔서 여름을 보내기로 하였단다.
아들가족 맞이 연례행사가 우리부부에겐 꽤 활력소가 되었었나?
그렇다면 이 공허한 마음을 여행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줄곧 유럽으로만 가던 내 여행패턴을 이젠 바꿔보고 싶다.
태평양을 건너 가볼까?
미국은 역사가 짧아 그다지 흥미가 없는데, 남편 세대는 미국에 대한 선망을 가지고 있다.
전에 가고싶어 했던 미국 동부를 가볼까 하고 여러 여행사를 둘러 보았다.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여행사는 미국 동부 상품이 아예 없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흡족하지 않다.
여러날 망설이다가 그냥 한 군데 찍어서 계약하려고 남편의 의향을 물으니 예상외로 반응이
시원치 않다.
뭐야~ 순전히 남편을 위해서 고른건데... 가고픈 열정이 식었나?
굳이 갈 맘이 없으면 무리할 필요는 없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미국 서부 국립공원 순례 만큼은 해보고 싶다.
어느날 지인으로부터 울릉도 가는 차편이 일산에서 출발하는 상품이 생겼단다.
오~ 왠 떡(?)...
갑자기 구미가 당긴다.
배가 아침 일찍 뜨기 때문에 전날 밤에 영등포역 근처 찜질방에서 새우잠 자다가 꼭두새벽에 버스를
타고 묵호항에 가서 배를 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울릉도에 공항이 생기면 그 때나 비행기 타고 가봐야지 했었는데...
여행사에 전화해보니 이번엔 틀림없이 모객이 되어 일산에서 출발할거란다.
예약을 해놓고 도서관에서 울릉도에 관한 책들을 빌려와 탐독하며 여행준비를 하였다.
드디어 오늘 출발한다.
마두역에서 02시 40분에 출발하기 위하여 초저녁에 잠을 좀 자야 하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도 잠이 오지 않는지 아예 거실에 누워 TV를 보고 있다.
02시 조금 넘어 콜택시를 타고 마두역으로 갔다.
벌써 버스가 와서 대기중이다.
모두 33명.
강변북로를 따라 힘차게 달려간다.
횡성휴게소에 다달을때까지 정신없이 잤다.
밖이 환해지고 있다.
어느만큼 갔을까? 어느새 해가 떠서 저만큼 올라와 있다. 5시 조금 넘은 시각.
아침 잠이 많은 나에겐 이 시각에 뜨는 해를 보고 있다니 참 신기하다.
묵호항 도착. 6시쯤.
운전 기사가 가방은 여기 놔두고 저 건너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란다.
한식 부페. 아침 일찍 차려 놓은 음식들이 입안이 깔깔하여 맛있게 먹어지지 않는다.
큰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왔는데도 결국은 다 먹지를 못하고 남기게 되어 조금 미안해진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다른 팀이 무더기로 들어온다.
아마도 오늘 아침 울릉도로 떠나는 여행객들은 모두 이 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게 되나보다.
짐을 찾아 여객터미널로 간다.
우리는 8시 50분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여유가 충분하다.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큰 일 보고..
헐렁하던 터미널이 갑자기 여행객들로 꽉 찼다.
8시 2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긴 줄이 만들어진다.
배멀미약을 사먹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갈등이 생겼다.
그리스여행 때 산토리니에서 크레타섬으로 갈때 배멀미로 고생했던게 생각나서.
그러나 그냥 견뎌보기로 했다.
친구가 배멀미에 효과 있을거라고 건네준 생강젤리에 의지하기로 했다.
8시 50분에 출발하는 배에 올랐다.
트렁크를 1층 짐칸에 넣어두고 2층 우등석으로 올라갔다.
얼마전에 다녀온 지인이 1등석은 지하나 1층에 위치하여 밖이 보이지 않는다며 5천원을 더 내고
우등 좌석을 사면 2층이라서 밖을 조금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좌석이 너무 폭신하여 오히려 좀 불편하고 밖은 난간과 구조물 때문에 시야를 가려 그다지 효과가 없다.
쾌속선이라 밖에 나갈수 없는 구조이다.
생강젤리를 먹고 잠을 청한다. 바람이 잔잔한지 배에 흔들림이 없어 그저 잠자기에 딱 좋다.
경상북도 울릉군.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는 161Km. 쾌속선으로 3시간 걸린다.
울릉도는 5각형 형태. 북면, 서면, 도동항이 있는 남면은 울릉읍으로 승격.
울릉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일주도로가 55년만인 금년 3월에 완전 개통했다.
게다가 최근에 울릉도 공항을 2025년에 완공하기로 결정하였다.
사동에 비행 활주로를 내는데 평평한 지형이 넉넉하지 않아 활주로가 짧아 50인승 소형비행기를
운항할거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드디어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 11시 반쯤.
배 안에서 바깥을 찍으니 유리창에 물방울이 튀어 화면이 지저분하다.
도동항의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선을 기다리며 사진찍기에 분주하다.
배에서 내리니 한반도 투어 팻말을 든 울릉도 가이드가 우리를 맞이 해준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과 이미 와있는 여행객들로 도동항은 인산인해. 엄청 복잡하다.
우리팀을 모아놓고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는 숙박시설이 많지않아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객들로 늘 만원이란다.
우리 인원이 한 숙소에 머물수가 없어 여러군데로 흩어져야 하며 예약된 식당도 제각각이라고 한다.
이름을 호명하며 예약된 숙소와 식당을 지정해준다.
우리 숙소는 아주 가까운 곳에 3~4팀 정도가 할당되었다.
지정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3시 50분까지 이곳으로 다시 나오란다.
모텔 1층에서 룸키를 찾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2층 객실에 들어갔다.
참으로 소박하고 작은 방. 그래도 욕실이 있고 벽에 에어컨도 있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물이 참 좋다. 피로도 좀 풀리는것 같다.
골목을 돌아 지정된 식당을 찾아간다.
다른 모텔에 딸려있는 식당이다.
한식 부페. 접시에 밥과 나물들, 해초류, 불고기를 담고, 미역국을 가져와 식탁에 자리 잡았다.
소박하지만 맛이 있다.
목소리가 탁하고 굵직한 주인 아주머니가 식탁을 돌며 음식들을 소개해준다.
부지깽이 나물볶음. 돌미역국등 여기 특산물이란다.
우리는 여기서 아침과 점심식사등 4식을 하게 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에 들어와 간단히 여장을 꾸려 약속 장소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육로관광 A코스를 돌아본다.
도동항 출발- 사동- 통구미- 남양- 구암- 태하- 현포- 추산- 천부- 나리분지- 도동항으로 돌아오는 코스.
운전기사는 아주 노련하게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달리며 해설과 재담이 아주 풍부하다.
앞좌석에 앉은 젊은 아줌마들이 운전기사의 재담을 잘 받아주어 버스안은 웃음이 넘친다.
차창밖을 보며 운전기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푸른 바다, 밝은 햇살,깎아 지른 절벽,울창한 숲,구불구불한 비탈길에 세워진 집들.
굴거리나무, 흑비둘기,후박나무, 마가목....
처음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통구미 마을의 거북바위.
커다란 거북이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형상이라는데 사진의 각도가 맞지않아 느낄수가 없다.
단지 거북바위를 형성하는 지질에 감탄한 뿐.
뜨거운 용암이 흘러가면서 암석을 녹였을텐데..남편과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생각해낸 결론은
어느 정도 식어버린 점성이 높은 용암이 주변 암석과 뭉쳐진 덩어리로 만들어진 지형일거다.
이 마을에서 더덕을 재배하는지 생더덕이 수북히 싸여 있다.
더덕 쥬스 한 잔을 사서 남편과 나누어 마셨다.
짧은 터널을 몇개 지나서 버스가 멈춘곳은 호박엿 공장.
호박엿, 호박갱엿,호박젤리, 더덕젤리,쑥젤리,호박조청까지 포함하여 3만원.
여기에 호박과 쑥으로 빚은 빵, 1상자에 만원. 남편이 상의도 없이 질러버린다.
이걸로 울릉도 여행 선물은 끝이라나. 뭐...개의치 않는다.
여기서 바라본 경치가 끝내준다. 저 멀리 태하항이 살짝 보인다.
호박엿 공장 아래에 경사진 밭에 농작물이 보인다.
이게 아까 점심에 먹었던 부지깽이 식물이 아닐런지...
태하 마을 항구. 옛 우산국의 도읍지. 1883년 개척민이 첫발을 내디뎠던 곳.
동남동녀의 전설이 깃든 성하 신당이 있고, 모노레일을 타고 윗동네를 갈 수 있다는데...
나무데크를 따라 올라가 본다. 왼쪽엔 상어 아가리 처럼 생긴 커다란 황토굴이 있는데 사진엔
안 잡혔다. 좀 아쉽다.
위로 계속 오르니 태하마을이 참 아름답게 펼쳐진다.
좀 전에 갔었던 호박엿 공장이 바다 저쪽 산 위 마을이 아니었나 싶다.
나무데크는 저 위쪽을 지나 다음 마을로 이어지는 산책로인데 우리는 저 끝에서 뒤돌아 내려왔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창밖은 또 새로운 비경이 펼쳐지고 있다.
공암과 깎아지른 절벽, 송곳산을 곁에 두고 있는 현포항이 하얀 방파제에 둘러싸여 있다.
쪽빛 바닷속이 훤히 보인다.
현포항을 지나 예림원에 내렸다.
입장료 3000원(경로)를 내고 들어갔다.
전직 해양경찰이었던 서예가 박경원씨가 수십년간 수집하고 가꿔온 분재, 수석, 조각한 문자조각,
400여종의 울릉도 자생식물로 채워진 곳. 용출수를 이용한 인공폭포도 있다.
이곳 위쪽에 평리 마을이 있는데 가수 이장희씨의 울릉천국이 있단다.
붉은색 해당화꽃과 하얀 울릉국화가 예쁘게 피어 있다.
멋진 조각물 뒤로 바다 한가운데에 공암(코끼리 섬)이 보인다.
핸드폰을 잡은 팔을 길게 뻗어 우리 부부의 사진을 찍는데 뒷 배경을 좀더 넣고 싶은데 우리 얼굴만
너무 크게 잡힌다. 기술부족인가?
훌륭하게 꾸며 놓은 개인 시설물을 관광객에게 공개하는데 입장료를 너무 싸게 받는것 같다.
제주도라면 아마도 8000원 이상은 받았을텐데.
모쪼록 잘 관리하여 계속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A코스의 하이라이트인 공암과 송곳산을 지나 추산마을로 이어진다.
버스에서 내리지를 못하고 차창을 통하여 보고 있자니 멋진 풍경에 입이 딱 벌어진다.
천부리 동네에서 버스는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나리분지로 오르는 길은 아찔하다.
급경사와 급커브길이 이어진다. 버스 기사의 노련한 운전에 박수를 보낸다.
겨울엔 나리분지에 사는 주민들은 꼼짝없이 갇혀 살아야 할것 같다.
게다가 울릉도 연 강수량이 1900mm인데 40%가 겨울에 눈으로 내린다 하니...
나리분지 전망대에서 내리지를 못하고 차창을 통하여 보니 사방이 고봉으로 둘러싸여 있는
평평한 분지이다.
여기가 화산이 폭발한 분화구(칼데라)이다.
오랜세월 화산재가 쌓여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가 되었다.
나리 분지에서 다시 폭발하여 주변에 알봉분지를 만들어 놓았다.
개척시대 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93가구. 500여명이 살았단다.
이곳에 정착한 개척민들은 식량이 떨어지면 주변에 흔하게 널려있는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으며
연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지명을 나리 분지라 불려 왔단다.
많은 주민들이 떠나고 이젠 몇가구만 남아 더덕,삼나물, 고비 같은 산나물을 재배하며 음식점과
민박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단다.
전통 가옥인 투막집, 너와집을 지나 버스가 정차한 곳은 나리 분지 관광지구.
음식점이 있는 동네이다. 여기서 30분을 줄테니 음식점을 이용하란다.
일행들은 우르르 음식점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대충 메뉴를 보니 막걸리와 부침개.
이것 말고 없나?
천천히 걸어서 이웃 음식점쪽으로 가보니 거기에도 관광버스가 서있고 관광객들이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 들어가 보니 보통 시중에서 파는 그런 종류.
할수없이 우리 일행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 메뉴를 살펴보았다.
막걸리와 전을 먹기에는 너무 무리이다. 남편이 술을 못하니...
이 집이 산채 비빔밥을 잘한다는 정보를 책에서 읽었기에 아예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기로
결정. 저녁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음식값이 꽤 비싸다. 15000원씩.
각종 산나물과 명이나물 장아찌가 사이드 메뉴로 나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 주어진 시간내에 식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매우 서둘렀다.
그래도 음식점을 나올때는 씨앗 막걸리 한병을 사가지고 나왔다.
지금도 아쉬운건 전망대에서 왜 내려주지 않았는지. 나리 분지 사진이 한장도 없다.
직접 눈으로 보고 걸어보고 했어야 했는데...
차라리 주어진 30분을 관광지구를 나와 동네를 걸어볼걸 그랬나?
나리 분지를 내려와 천부리에서 버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얼마전 울릉도를 다녀간 지인은 일주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천부리에서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고 하여
우리끼리 논란이 좀 있었다. 분명히 3월말에 완전 개통했다고 하였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운전 기사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설명을 해준다.
완전 개통되기 전에는 여기서 왔던 길을 되짚어 갔는데 이젠 도동항까지 아주 쉽게 갈수 있다고..
그럼 그렇지!! 아마도 지인은 잘못 알고 있거나 졸았거나...
죽암마을을 지나면서 왼쪽 바다에 골무모양의 바위섬이 있다. 이름은 딴바위.
저쪽 끝에 있는 홀쭉한 바위가 있는 삼선암과 혼돈될까봐 이름을 딴바위라 했다나..
어느덧 해는 기울어가고 있다.
삼선암이 펼쳐진다. 보는 각도에 따라 두개로 보이기도 하고 3개로 보이기도 한다.
선창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관음도와 연결된 다리가 기울어가는 햇살에 아주 밝게 보인다.
다리 뒷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죽도이다.
선창마을에 내렸다. 사진 찍는 시간. 여기서 바라 보았을때가 완전히 바위 3개인 삼선암이다.
삼선암과 남편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는 실루엣.
다시 버스에 올랐다.
섬목 터널을 지나 아주 긴 터널인 와달리 터널을 지나간다.
TV에서 와달리 터널 앞에 울릉 주민들이 모여 완전 개통식을 하는 장면을 지켜 보았었다.
55년 숙업사업을 달성했다고 매우 기뻐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저동항을 지나 금새 도동항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다.
내일 일정을 설명한다.
계획보다 1시간 당겨서 8시에 육로관광 B코스를 진행하니 아침식사를 하고
7시 50분까지 이 자리로 나오란다.
숙소로 들어가다가 막걸리 안주로 문어숙회 한 팩을 샀다.
여행 첫날 밤. 우리는 조촐하게 씨앗막걸리를 마셨다.
주전자에 담아 내오는 씨앗 막걸리는 병으로 나오지 않아 대신 호박막걸리통에 담아 가지고 왔다.
맛은 꼭 쿨피스 맛이다. 아주 심심한 맛.
뜨거운 물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물이 좋아서 그런지 매우 매끈하다.
방이 너무 작아서 요를 일부 겹쳐 깔아야 할 정도.
방 한쪽 구석에 기내용 트렁크를 펼쳐 놓으니 발 뒤딜 틈도 없다.
온도를 올려 따뜻하게 해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새벽 2시부터 움직여 왔으니 매우 길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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