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3일 일요일
작년부터 4월말 서산 나들이가 이젠 연례행사가 되어 금년에도 서산 나들이 계획이 세워졌다.
숙소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정해졌다.
1년만에 또다시 뭉쳐 1박2일 지낼걸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J의 시모님 건강이 안좋아 얼마전에도 응급실에 가셨댔는데 행여 여행하는
동안 위급상황이 생긴다면?? 좀 걱정스럽기도 했다.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 대형마트에서 오렌지쥬스를 샀다. 스페인산.
스페인 여행때 마셨던 맛있는 오렌지쥬스가 한국에 건너와 수입코너에 비치되어 있다.
우린 마트에 갈 때마다 이걸 사서 마시는데, 지난 겨울에 스페인여행 했던 J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
K와 P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버스에 올랐다. 10시 반 출발.
당진을 지나가면서 창밖 풍경이 참 볼 만하다.
야트막한 구릉지대, 품위있는 소나무, 논에 물을 가득 채워 곧 모내기를 할 것 같은 농부의 부지런함도
보이고, 진분홍꽃들이 농가의 뜰에 피어 운치를 더해 준다.
거의 1시쯤 서산 터미널에 내렸다.
서산의 명소 동부시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들이 가득하고, 농부의 아내들이 밭에서 갖 수확한 채소들을 가지고 나와
펼쳐 놓은 곳. 옛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어서...
시장에서 J를 만났다. 간재미 회무침을 사가지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J의 집 마당에는 화사한 봄꽃이 가득 피어있다.
요즘 열심히 카톡방에 사진을 올려주는 낯익은 꽃들이다.
귀농 7년차. 이젠 정원에 과일 나무들도 꽤 자라서 틀이 잡혀있다.
집앞 밭에도 농사꾼 손길이 꼼꼼히 닿아 있고.
야외 식탁에 식탁보가 깔리고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날라와 채워졌다.
쑥을 뜯어 쑥개떡을 만들어 먹음직하게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매우 푸짐하다.
김밥과 간재미 회무침. 쑥개떡, 과일, 흑맥주까지...
여기에 서산살이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전화가 울린다. 요양원에서 온 전화.
시모님 병세가 안좋아 응급실로 가고 있단다. 아하~ 어쩌나..우려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
후다닥~ 남편분은 병원으로 가시고...우리는 황급히 식탁을 치운다.
J가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넣고 설겆이를 하였다.
우리는 어떻게 할것인가? 잠시 논의.
그냥 올라갈까?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숙소를 찾아갈까?
냉정을 되찾은 J가 일단은 우리를 숙소에 데려다 주겠단다. 그래도 괜찮을까?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자동차에 올랐다.
가는 동안 계속 병원소식이 문자로 들어온다.
가는 도중에 안면암에 들렀다. 조그마한 암자인줄 알았는데 꽤 큰 절이다.
좀 이국적인 건물들. 봄꽃이 만발. 매우 화사하다. 꽤 많은 관광객들.
썰물이어서 바다쪽으로 길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도 바다로 난 길을 따라 가보았다. 조그마한 섬 사이 부표위에 얹은 탑이 있다.
그런데 바다위에 있는 저것은 무얼까?
안면도 숙소 인근 마트에 들렀다. 물이랑 수건을 구입.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있는 숙소 도착. 체크 인.
소나무 숲속 휴양림 2층. 깨끗한 마루방. 매우 쾌적하다.
내일 아침 먹을것들을 꺼내어 냉장고에 넣었다.
모두들 베개 하나씩 가지고 누웠다.
시모님 병세가 호전되어 간다면 여기서 함께 지내도 좋을텐데..
병원소식을 알아보더니 좀더 있다가 저녁도 함께 먹고 가겠단다.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은데...
휴양림 산책.
여기의 압권은 소나무다. 소나무 숲속에 자리잡은 숙소들이 참 예쁘다.
여기서 조용히 지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것만 같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불타고 있는 듯. 참 곱다.
우리는 차를 타고 저녁먹으러 나갔다.
J가 미리 알아둔 맛집. 꽃게요리 전문점.
꽃게 간장 게장, 양념 게장, 간장 새우, 게꾹지. 매우 푸짐하고 맛있다. 세트메뉴로 4인 11만원.
꽃게가 비싸니까...
거의 다 먹고 일어설 즈음에 전화가 울린다. 모두들 전화벨소리에 긴장한다.
아~ 별세하셨단다. 이런...정말 올것이 왔구나.
우리를 휴양림 입구에 내려주고 J는 병원으로 떠났다.
깜깜한 밤.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그러나 남은 우리들은 마음이 매우 무겁다.
아까 왔던 길을 찾느라 깜깜한 공터에서 왔다 갔다... 인적이 뚝 끊긴 밤.
겨우 길을 찾아 걷는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길을 밝혀 위안이 된다.
시골에는 밤이 일찍 찾아오는것 같다.
초저녁인데도 인기척이 없다.
겨우 숙소에 들어와 안도의 한숨.
다행히 뜨거운 물이 잘 나오고 이부자리도 일인용이어서 좋다.
2017년 4월 24일 월요일.
잠자리가 바뀌면 업치락.. 뒤치락...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녘에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벌써 K랑 P가 일어나 있다.
이그~ 좀 더 자고 싶은데...
창밖에서 이쁜 새소리가 들리고.
할수없이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이것마져 못한다면 정말 짜증날것 같다.
부지런한 두 분이 부엌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빵이 없다. 이런~ J가 준비해준 빵을 모르고 다시 가방에 싸보냈나 보다.
식용유가 없어 계란은 삶고, 냉동실에 넣어둔 오메기떡을 급히 해동시켜본다.
경주 보리빵, 오메기떡, 오이와 과일이 푸짐하다. 오렌지 쥬스, 요쿠르트.
다 좋은데 커피가 빠졌네.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본 전경. 눈이 시원해지고 참 평화롭다.
밭에 청보리가 가득하다.
숙소 부엌.
현관에 들어서면 이렇게 보인다. 왼쪽이 마루방.
마루방에 있는 두툼한 나무 탁자가 꽤 쓸모있다.
8시쯤 짐을 가지고 나왔다. 숲속에 지붕만 보이는 건물이 우리 숙소.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는걸 보면 숙소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는건데 참 조용하다.
밤에도 아주 조용히 보내는것 같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인다.
20번 산림휴양관이 우리가 묵은 숙소.
가을에 아들가족이 오면 이곳에서 묵어야겠다.
사무실에 가서 체크아웃.
무거운 짐을 맡겨놓고 바로 옆에 있는 수목원에 들어갔다.
이곳은 인간의 손에 의해 가꾸어진 커다란 정원이다.
각 식물마다 명찰이 달려 있어 재미있다.
오른쪽 숲길을 걷다가 전망대에 올랐다.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 벚꽃과 어우러져 참 예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반대쪽 숲을 걸어 정자에 와 있다.
여기서 보는 전망도 꽤 좋다. 오른쪽 꼭대기에 전망대가 보인다.
정자에 앉아 아침먹고 남은 과일을 먹었다.
천천히 걸어 다시 자연휴양림 입구에 왔다.
난 인위적인 수목원보다 자연휴양림의 소나무숲이 더 좋다. 자연스러워서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20여분 기다려서 안면도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10여분만에 터미널 도착.
소박한 동네. 그래도 커피숍이 바로 옆에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두들 커피를 맛있게 마신다. 같은 기호식품을 선호하는지라 얼마나 다행인지..
겨울에 갔었던 시드니여행이 떠올라 혼자 웃는다.
서울행 시외버스를 탔다.
태안과 서산을 들러가는데 서산까지 1시간 10분 걸린단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매우 따뜻하고 편안하다. 내고향 충청도라서 그럴까?
마치 배낭여행 온 것처럼 여유롭다.
자동차 여행과는 아주 색다른 느낌.
앞으로 국내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유롭게 발길 닿는대로 시간되는 대로 나서볼까?
서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우리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목적지까지 태워다 준다.
대선후보들 이야기, 서산 터미널이 중심가에서 이전 못하는 이유 등등..
중앙병원. 장례식장.
까만 상복을 입은 J와 가족들.
일산에서 많이 뵈어 낯익은 영정 사진. 참 곱다. 15년전 사진이란다.
89세. 일산보다 서산에서의 당신의 삶이 행복했을거라 믿는다.
요양원에서 서울할머니 오셨다고 모두들 깍듯이 모셨다고 한다.
오히려 집에 모셔오면 불편해 하고 빨리 데려가 달라고 했단다.
조문을 마치고 점심 상을 받았다.
아침을 허술하게 먹어서 그런가? 밥과 반찬이 맛있다. 계속 리필해준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서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왔다.
10분후에 버스에 올랐다.
비록 우리의 일정에 차질은 있었지만, 시모님께서 며느리와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식사가 끝나갈 무렵, 또 저녁식사가 끝나갈 무렵. 또 우리에겐 온 김에 조문하고 가라고...
절묘하게 시간을 맞춰 준것 같다는 생각...
우리에게도 푸짐한 저녁식사가 없었다면 이번 여행이 조금은 서운했을텐데...
이런 배려를 다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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