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물에 말아 끓여서 먹었다.
속이 편안해졌다.
가족들이 빵으로 식사하는 동안 샤워를 했다.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아들이랑 셋이서 아울렛에 갔다.
남편이 로마에서 밑창 떨어진 신발을 신고 다녔는데 이번 기회에 신발을 살려고 간 것.
프랑스 브랜드인 Salomon에서 트레킹화를 샀다.
아들이 아버지께 선물하는 것이라고 부득불 지 카드로 결재한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토마토 파스타.
3시쯤 내 동생이 왔다.
간밤에 늦게 안시에서 올라와 피곤할텐데도 와주었다.
은우에겐 재원이가 초등학교때부터 모아놓은 공룡 스크랩 한 권.
지우에겐 생일이라고 타르트케익을 선물로 가져왔다.
지우는 무조건 언니가 받은 선물 공룡책을 달라고 떼를 쓴다.
이런 상황을 말리는 부모의 고함소리에 정신을 쏙 빼놓는다.
갑자기 전쟁터로 돌변했다.ㅋㅋ..
상황은 안정되고 식탁에 둘러앉아 생일축하 의식을 끝내고 케익을 나누어 먹으며 환담.
대화는 당연히 지난 연말에 시어머님 별세후 시댁의 부르봉 왕조시대의 값나가는 유품처리와
집과 별장 매각과 상속세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에 안시에 가서 하룻밤을 묵었을 때 보았던 고틱한 가구들을 헐값에 팔아 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매우 안타까웠다.
자녀들이 부모의 유산을 잘 간직하던가 아니면 좀 더 알아보고 제 값을 받았어야 했는데...
시부모님이 생전에 그 보물들을 잘 처리하셨으면 좋았을 껄..
이런걸 보면서 우리도 생전에 우리가 소유했던 것들을 차분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건물도 임대 줬을 경우 세입자와의 문제가 생겼을 때 여기는 사회적 약자편이기 때문에 집주인은
굉장히 골치 아픈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는 경험자의 얘기를 듣고 매각하기로 했단다.
여기는 상속세도 엄청 내던데...
부모의 유산을 참 쉽게 해결하려는 프랑스인들, 문화의 차이겠지만 왠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좀 서운한 느낌이 든다.
2시간여 같이 보내고 일어선다.
재원이에게 줄 세뱃돈을 봉투에 담아 건네주었다.
금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게 되어 미리 축하금을 겸해서.
로마에서 막내 동생도 여기에 보태서 봉투가 두둑하다.
나가려는데 두 녀석이 같이 가겠다고 아우성 속에 은우와 아들, 셋이서 동생을 배웅하러 나갔다.
마침 기차가 들어오는 통에 bye~ 하고 급하게 헤어졌다.
기차를 탄 동생이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든다.
생각해보니, 저녁때인데 저녁먹고 가라는 말도 못했네...
마음이 짠한 상태로 들어 와서 보니 현관 신발장 위에 동생에게 줄 약이 그대로 있다.
갈 때 줄려고 현관 위에 올려 놓았었는데...
또 하나. 재원에게 줄 세뱃돈 봉투에 몇자 적고 나서 '삼촌과 고모'라고 쓴게 생각이 났다.
'외삼촌과 이모'라고 써야 맞는 건데...
내가 오늘은 왜 그럴까? 온통 실수투성이다.
동생한테서 답신이 왔다.
삼촌과 외삼촌은 똑같이 '똥똥'이라고 부르고, 고모와 이모는 '따따' 라고 부른단다.
아들부부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두 녀석이 주방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거실에서 놀아 주고 있다.
아하~ 이 낌에 이 놈들 세배좀 받아야지.
두 녀석이 신나서 한복을 챙겨 입고.
지우의 한복 입은 모습이 참 예쁘고 깜찍하다.
한복 입은 은우는 의젓하고 어른스럽다. 두 녀석 절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한글학교에서 배운대로 예쁘게 절하는 언니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따라 하는 지우. 귀엽다.
50유로씩 담은 봉투를 건네며 "예쁘게 자라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두 녀석, 세뱃돈 받고 좋아라 하더니, 지우는 어느새 봉투가 바닥에 떨어진줄도 모르고 논다.
주방에선 아들이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
저녁상이 차려졌다. 고기구이와 감자, 양파가 곁드려 지고. 연어야채 샐러드. 배추된장국. 와인.
6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최고의 저녁밥상이다.
거의 끝나갈 무렵, 지우가 고집을 피워 분위기가 소란해졌다.
며느리가 갑자기 생각난 듯, 스마트폰에 도깨비 앱을 가동시켰다.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 나는 도깨비 할아버지다. 거기 말 안듣는 애가 있다구?..."
순간, 놀라 기겁하는 두 녀석. 울고 불고... 지우가 반대편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간다.
은우는 어느새 내 품에 안겨왔다. 공포에 떨면서....
한동안 넋이 나간 듯. 너무 충격이 컸나 보다. 우리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
근데, 녀석들은 옆에 엄마 아빠가 있는데도 우리에게로 달려 온 것은 뭘까?
현관으로 당장 들어올것 같아 가장 안쪽에 앉은 우리에게로 온 걸까?
아마도 도깨비 할아버지를 물리쳐 줄 사람은 할아버지가 제일 강해 보여서? ㅋㅋㅋ...
지우는 할아버지 품에서 떠나지를 못한다.
요즘 애들 키우는 집에 이 앱이 필수품이란다.
녀석들의 정도에 따라 공포의 급수가 여러개 라는데...
충격은 줄 수 있어도 자주 쓰면 안될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은우는 도깨비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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