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2일 수요일
올 여름은 파리에 와서 지내시라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
한 달도 아닌 50일이나.
해마다 여름 바캉스는 한국에서 지냈던 아들네 가족이 작년 여름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꽤나 힘들었던지 올 여름엔 대신 우리보고 오라는거다.
지난 겨울, 추위가 끝나갈 무렵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 그런지 2017년도 상반기는 어수선한 탄핵정국 속에서도 마음은 가볍고 활기차 있었다.
여행계획이 세워지면 느슨했던 심신이 팽팽해지고 기운이 마구 솟는것 같다.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살짝 걱정도 된다.
50일 동안 뭐하며 지내나?
지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서로 불편을 주는 일도 생길텐데...
운동부족으로 체력이 고갈되면 어떻하지?
그러나, 한편으론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흥미롭기도 하고...
드디어 파리로 떠나는 날.
간밤에도 열대야로 잠을 설쳤다.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잠들기가 힘들다.
7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떡국을 끓인다.
냉장고를 거의 비우고 마지막으로 남은 흰떡과 냉동만두를 사골국물에 끓이고 있다.
분리수거 하는 날이라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8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남편친구가 전화를 했다.
남편의 인감증명이 필요하다고.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여행 떠나는 날에...
무엇때문에 남편 인감증명이 필요한 걸까?
긴 여행을 출발하는날 아침에 남편에게 따져 물을수가 없어 속이 답답하다.
9시에 동사무소 앞에서 만나 인감증명 떼어주고 대신 인천공항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단다.
남편은 먼저 나가고 나 혼자 뒷마무리를 한다.
앞뒤 발코니 창문을 잠그고, 도시가스 스위치도 잠그고, 냉장고와 컴퓨터를 제외한 전기 플러그를
뽑아 놓았다.
9시 넘어 출발.
낯선 사람의 승용차를 타면 마음이 참 불편해진다.
여행하는 첫출발이 마음 상해 눈을 감아 버렸다.
10시 조금 안되어 인천공항 도착.
딸이 웹체크를 해놓아 긴 줄 서지 않고 모바일 데스크에서 짐을 부쳤다.
70세 이상 노인들은 Past track 으로 들어간다. 아주 쉽게 출국수속을 마쳤다.
새로 생긴 시티면세점에서 10% 할인받고 담배 두보루를 구입했다.
공항핫도그와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 구경.
게이트 근처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남편으로 부터 인감증명을 떼어주게된 친구의 사연을 들었다.
은퇴후의 빠듯한 살림살이에 얽힌 친구의 돈문제가 내내 신경이 쓰여 왔던지라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항공기 점검관계로 30분 늦게 기내에 들어간다.
중국 상공의 혼잡으로 인해 다시 30분 연착.
우리의 비행은 중국 하늘을 거쳐야 하니...
기내의 모니터,오디오가 모두 불통. 항공기 점검한다더니...
내 옆의 젊은 여성은 앞좌석 등받이 밑에 전선을 휴대폰에 연결해 놓고 있어 물어보았다.
일본 여성이었다. 휴대폰 충전하는중이란다.
기내식이 나왔다. 돼지고기볶음 쌈밥. 싱싱한 쌈채소에 싸서 맛있게 먹었다. 레드와인과 함께.
긴긴 시간. 내동생에게 갖다 줄 책. 파울로 코엘료의 "오자히르"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모니터가 고장나도 별불평없이 승객들은 나름대로 긴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담요를 덮고 잠에 떨어진 사람, 노트북에 다운받아온 영화를 보는 사람, 서류를 점검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간식이 나온다. 치킨 브리또. 레드 와인을 곁드려서..
저녁 식사는 생선덮밥. 고추장에 비벼서 먹었다.
좁은공간에서 긴긴 시간을 보내는데 제공되는 좋은 먹거리는 큰 위안을 주는것 같다.
12시간의 긴 비행끝에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도착.
여기시간으로 오후 6시15분.
공항에 나와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짐을 찾아 나오는데 아이 소리가 난다.
아들과 지우가 손을 흔들고 있다.
아이고! 요 녀석~ 지우가 이렇게 컸다. 영상으로 봤을때보다 더 큰것 같다.
피로가 싹 풀리는것 같다.
품에 안았더니 낯설어 하며 지 아빠만 찾는다.
공항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동차를 탔다.
창문을 열어 선선한 공기를 마신다. 얼마만인가? 벌써 2년이 넘었다.
퇴근시간대라 도로가 좀 붐빈다.
낯익은 파리 외곽도로.
동네로 들어서니 정겹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 며느리와 은우가 내려왔다.
서로 끌어안고 인사. 얼마만인가? 그 사이에 은우가 훌쩍 커져있다.
우리에게 안기고.. 귀여운 녀석들..
6식구가 큰 트렁크 2개, 배낭 2개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선 애들 선물부터 꺼냈다. 보석시계가 들어있는 보석함, 장난감 핸드폰.
두 녀석들은 각자 선물을 들고 좋아라 한다.
짐을 대충 풀고 저녁을 먹었다.
며느리가 정성들여 지은 저녁상.
막국수와 호박 고구마전.
기내식 먹은지 얼마 안되어 입을 상큼하게 해주는 막국수와 전. 시원한 맥주를 함께.
지우는 아직도 낯설어 하지만, 은우는 제법 컸다고 우리에게 안기어 감사인사를 한다.
우리의 잠자리를 대략 정리하고 애들하고 놀다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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