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6일 목요일
아침 10시쯤 데릴러 와서 함께 인근 단데농 국립공원에 갔다.
자동차로 산 숲길을 달린다. 어제 오션로드에서 만났던 숲의 수목원과 비슷하게 울창하다.
한참을 돌고 돌아 꼭대기 전망대에 올랐다.
멜번 시내가 어슴프레 내려다 보인다. 안개가 약간 끼어있다.
여기서 야외 결혼식도 하고 피로연 파티도 한단다.
오늘은 호주 개천절 공휴일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에 올라왔다.
특히, 가족들이 많이 올라와 싸가지고 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휴일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카페 종업원이 비눗방울을 날리니 소풍나온 어린 꼬마들이 좋아라 비눗방울을 쫒아 다닌다.
엄마랑 소풍을 나온 어린 꼬마가 카페 천장에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꼬마기차를 신기롭게
바라보는 눈망울이 귀엽다. 불현듯 손녀들 얼굴이 떠오른다.
멜번도시 근교에 이만한 산이 있다는 것이 서울과 비슷하여 친근하게 다가온다.
산을 내려와 조카집으로 향했다.
점심은 돼지고기 볶음에 깻잎 장아찌와 김, 김치와 밥.
2시 넘어 멜번 시티로 들어간다.
차창을 통하여 호주 오픈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로드 레버 아레나 경기장이 보인다.
이따가 저 경기장에서 남자 준결승전이 열린다.
저녁 7시 반에 남자 준결승전을 보기 위해서 시티로 들어왔다.
건물 지하주차장에 파킹하고 나왔다.
테니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멜번 동쪽을 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면 피츠로이 공원 근처에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을 보고 공원안에 있는 쿡선장의
오두막을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시누이부부와 남편은 Rod Laver Arena 테니스 경기장으로 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페더레이션 광장에 있는 미술관에 가는 일정이다.
플린더스 거리를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걷다가 보니 낙서로 가득한 골목이 나온다. 그래피티(Graffiti) 예술이라고 하던가.
캔버스 대신에 벽에다 그린 그림. 앞에 있는 인물들이 작품을 가려 아쉽다.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소매치기가 염려스러워 배낭을 앞으로 매었다.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1858년부터 80년동안 지은 카톨릭교회.
호주 최대의 고딕 건축물. 사암으로 지은 건물.
문이 닫혀 들어갈 수가 없다. 성당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유럽의 고딕성당보다 심플하다.
피츠로이 정원(Fitzroy Gardens).
정원의 산책길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 모양에 따라 설계 되었다.
멜번은 영국 빅토리아 식민지시대의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이 정원과 부근의 건축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 역사를 말해주는것 같다.
천천히 걸어서 정원을 내려간다. 파란 잔디밭에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멜번에는 이런 꽃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Sinclair's의 오두막집. 1866년에 지었단다.
오두막집 울타리를 장식한 수국꽃이 탐스럽다.
쿡 선장의 오두막 (Captain Cook's Cottage)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역사적 항해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쿡 선장의 부모가 살던 집을
영국에서 옮겨와 1934년에 여기에 세웠다.
관광객들이 그 당시의 전통옷을 빌려 입고 모델들과 사진을 찍고 돈을 지불한다.
꽃인지.. 붉은 잎새인지...나무 전체가 붉다.
주변에선 축제를 하는지 노랫소리가 들리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피츠로이 정원을 나와서 다시 대로를 걷는다.
사거리에서 시누이부부와 남편등 3명은 다리를 건너 테니스 경기장으로 간다.
이따가 경기가 끝나면 이곳에서 픽업하기로 약속하고.
혹시 이따가 전화통화가 필요할것 같아 내 스마트폰을 남편에게 주었다.
내 폰만 호주 유심칩이 깔려 있어 통화가 가능하다.
오늘 호주오픈 남자 준결승전엔 페더러와 상대선수의 경기를 보게 된다.
몇달전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구매해 놓았다. 1인당 25만원 정도.
테니스매니어 들에겐 세계 4대 메이저 경기 관람을 꿈꾸며 산다.
오늘 이 세 사람은 숙업사업을 풀게 될것이다.
나머지 가족은 천천히 대로를 따라 걸어서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 왔다.
역의 건너편에 있는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에 왔다.
건너편의 역주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차분하다.
멋진 건축물들. 미술관에 들어갔다.
호주 출신 화가들의 19C~20C 그림을 보았다. 19C 그림은 유럽 인상파의 영향이 강하다.
20C 그림에서 호주의 독창성이 보이기 시작하는것 같다.
5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30분동안 재빨리 보고 나왔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원주민 에보리진의 초기 작품을 볼 수 있을텐데..좀 아쉽다.
광장에 비스듬한 바닥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여기에선 큰 TV로 운동경기를 즐기거나 광장 공연을 자주 연단다.
우리도 저 사람들 틈에 섞여 앉아 분위기를 즐겼다.
다시 주차장을 향하여 걸어간다.
엊그제 다녔던 골목길이 나타난다. 이제서야 조금씩 방향감각이 살아난다.
조카집으로 돌아왔다.
동서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가족실에서 조카와 긴긴 얘기를 나눈다.
6월 중순에 출산하게 될 아기에 대하여.
직장생활을 하는 조카부부와 아기를 돌봐주어야 하는 부모님의 의견통일되는 육아법을 위해
시간 틈틈히 토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참 지혜로운 방법이다. 준비된 부모와 조부모. 분명 축복 받는 아기가 태어날것이다.
김치찌개를 곁드린 저녁식사.
와인을 마시며 동서와 긴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남은 가족들은 TV 앞으로 가서 테니스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둘이서 그동안 묵혔던 얘기들을 나누었다.
작은 아빠가 와인 한 병을 더 가져와 가득 따라준다.
엄청 마셨다.
테니스 경기 4세트가 끝나고 5세트를 함께 보았다.
페더러 선수가 이기고 있다. 간간히 비춰주는 관중석 틈에 세 사람을 찾아보기도 하고.
경기가 끝났다. 작은 아빠와 안서방이 픽업하러 출발했다.
설겆이 하던 동서가 불쑥 내뱉는 한마디.
'난 여지껏 마이너스 인생을 살아왔어요.'
이게 왠 말!!
정신이 퍼뜩 돌아온다.
뉴질랜드 생활을 청산하고 호주로 이주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부부 둘 다 연금을 받을수 있었는데 한 사람 연금은 포기하고 왔단다.
호주 오는 비행기값도 주변의 도움을 받았단다.
도대체 어떤 잘못이 있었기에...차마 말을 할 수 없단다.
아아~ 우리가 여길 왜 왔을까?
두 다리 힘이 주욱 빠진다.
힘들었던 사연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나갔던 가족들이 들어온다.
소원 풀어 상기된 얼굴로 들어 오는 가족들.
늦은 저녁을 먹으며 경기장에서 있었던 얘기를 신나게 들려준다.
그러나, 난 마음이 어둡고 무겁다.
남편이 찍어 놓은 남자 준결승전과 경기장.
12시반쯤 출발하여 숙소에 왔다.
도착하여 씻고 나서 무거운 얘기를 털어 놓았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내일 당장 여기를 떠나잔다.
그럴수만 있다면...그러나 비행기 일정과 시드니 일정이 남아 있는데...
우리가 여길 왜 오게 되었는지.
여기의 힘든 사연을 모르고 오로지 멜번 호주오픈을 보기 위해 4식구가 쳐들어 온 꼴이 되었다.
아~ 어쩌랴. 조카와 사위한테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에 있었던 아픈 사연들이 다시 들춰지고...
새벽 3시가 넘어가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찬물만 계속 들이키며 지난 날의 울분을 토해낸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리의 여정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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