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6일 수요일
아이슬란드의 동부에 있는 피요르드의 호텔은 참 소박하다.
트렁크 2개를 놓으니 꽉 찬다.
침구가 어찌나 포근한지. 여기 흔한 양털이 아닌 그냥 화학솜을 충전제로 쓰는것 같은데.
겉을 싸는 면이 좋아서 그런가? 쾌적하게 잠이 드는 이유가 뭘까?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 보았다.
바로 앞에 피요르드와 희끗희끗 높은산이 딱 마주 보고 있었다.
아침밥을 먹으러 내려 왔다가 호텔 밖으로 나와 보았다. 회사 건물같은 호텔.
서쪽에 있는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하여 남부를 돌아 동쪽 끝까지 왔는데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비해서 건축물은 참 소박하기 그지 없다. 우리의 눈높이로 보면 날림공사 같기도 한데.
내부를 보면 소박하면서도 필요한것은 다 갖추어져 있다.
키가 큰 아이슬란드인의 체형에 비해 작고 좁은 침대를 쓰는걸 보면 확실히 허세가 아닌 아주
실용적으로 사는 국민인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넓은 침대를 선호할까?
아무래도 온돌방의 영향이 아닐까? 온통 돌아다니며 자던 습관 때문에 침대에서 떨어질까봐...
1층에 있는 식당. 참 간소하다. 그래도 금방 구워져 나온 따끈한 빵과 유제품들, 커피가 있다.
8시반 출발.
지도의 오른쪽 아래 에스키피요르드(Eskifjordur)를 출발하여 그 위쪽에 있는 세이디스피요르드
(Seydisfjordur)를 들러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dir)를 지나 1번 도로인 하이랜드를 따라 북쪽에
후사비크(Husavik)까지 간다.
눈이 녹아 아래로 흘러가며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낸다.
설산을 올라간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도로 양옆으로 아주 가까이 신세계가 펼쳐진다.
자동차가 달리는 저 도로에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에서 남자주인공이 크루저보드를
타고 내려가던 곳이다. 이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버스를 돌릴수가 없어 저 아래동네인
세이디스피요르드까지 내려 갔다가 올라온다.
세이디스피요르드로 가는 풍경도 참 예쁘다. 개울을 따라 졸졸졸 눈 녹은 물이 흐르고, 저 건너
설산은 하얀 구름에 덮여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협곡사이에 자리잡은 세이디스 피요르드는 동부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이
들어오는 항구란다.
유치원생들로 보이는 꼬마들이 선생님과 야외학습을 나온 듯하다. 불현듯 손녀가 보고 싶어진다.
아이슬란드엔 건물 외벽을 밝고 강렬한 색을 칠한 집이 많다.
하얀 설산과 집앞에 시냇물이 흐르고 풀밭에서 강아지와 뛰어노는 나의 어린시절..
달력에 나올법한 풍경. 바로 이런 동네가 나의 어릴적 꿈을 꾸었던...
워낙 많은 폭포를 보아왔는지라 이런 폭포를 봐도 이젠 무덤덤해진다.
어릴적 늘 동경해왔던 상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담아 넣고 싶다.
한여름에도 도로 옆에 녹다 남은 눈이 이렇게 있는데 긴긴 겨울엔 얼마나 쌓일까?
우와~ 도로 양옆으로 3m이상의 거대한 눈 벽이 만들어 진단다.
버스기사가 도로옆 공터에 잠시 차를 세운다.
나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동부에서 가장 큰 에길스타디르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하이랜드를 가려면 반드시 저 도시를 거쳐야 한단다.
하이랜드를 가기 위한 준비를 저 도시에서 철저히 하고 떠나야 한다고.
저 도시 옆의 큰 호수에서 가끔 괴물이 나타난다나...
혹시 백두산 천지에 나타난다는 네스가 여기에도??..
눈이 녹은 공터에 예쁜 꽃이 피어 있다. 짧은 여름에 참 질긴 생명력...
도로 건너편에 쉴수 있는 의자와 탁자도 있네.
에길스타디르 중심가. 우리도 하이랜드 드라이빙을 위하여 준비를 해야 한다.
버스에 기름을 넣는 사이에 TC가 물을 사러 큰 마트에 들어가는데 우리도 따라 갔다.
화장실도 가고 마트에 있는 상품들을 구경하는데 일행들 몇몇은 대구포를 산다.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을 하이랜드 라고 하는데 매우 삭막하고 긴 여정이라고 한다.
남부와 동부를 거치며 계속 이어지던 독특한 수직절벽은 끝났고 밋밋하고 드넓은 풀밭이 펼쳐진다
풀밭에 하얀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전경이 이어진다.
정말 양들이 세 마리씩 풀을 뜯고 있다. 엄마양과 아기양 두 마리. 아빠 양은 어디 갔을까?
한참을 달리다가 버스는 도로 옆에 섰다. 상당히 긴 시간을 운전하려면 간간히 휴게소가 있어야
하는데 인구가 적고 긴 겨울에는 이 도로가 폐쇄되어 휴게소를 세울 여력이 안되나 보다.
대신, 산에서 폭포가 흘러 직접 올라가며 피로를 풀게 하려는것 같다.
폭포는 확실히 직접 가보아야 그 위용을 알수 있다. 아까 멀리 보이던 조그마한 폭포였는데 직접
올라와 보니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도 요란하고 꽤 괜찮은 폭포다.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묵직한 다리가 좀 풀리는 듯하다.
이젠 풀한포기 없는 황량한 벌판이 이어진다.
오늘은 햇살이 좋아 그런대로 괜찮은데,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
이 도로를 달리면 황량함이 배가 되어 엄청 을씨년스럽단다.
1번 도로여서 포장이 되어 있건만 때로는 버스 밑과 옆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러다가 버스가 뚫어지는거 아니야? 비 바람에 실려온 돌멩이들이 자동차가 지나갈 때 튕겨
부딪히는 소리이다.
이런 땐 파란 하늘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자꾸만 하늘 사진을 찍게 된다.
황량한 돌밭이 이어지다가 저 멀리 피라미드 같은 산들이 나타난다.
도로 옆에 버스가 섰다. 모두들 내려가 사진 찍기에 열중.
어느 행성에 떨어진 듯. 기이한 광경.
드넓은 돌밭에 구름 그늘이 만들어 졌다가 금방 환해진다.
사막의 오아시스 처럼 눈 녹은 물이 고여있어 황량하면서도 예쁘다.
구름 그늘이 적당히 명암을 주어 거친 돌밭의 윤곽이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참 아름답다.
거친 황야의 아름다움? 넋이 빠진 듯 그냥 바라만 봐도....
우리 남한 땅만한 좁은 면적인데도 참 다양한 지형을 보여준다.
황량한 돌밭 너머에 우뚝 솟아있는 저 우직한 설산을 보라!
거친 벌판을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푸른 초원의 예쁜 동네가 나타난다.
하이랜드에 유일한 휴게 지역이란다.
일곱 난장이가 사는 마을에 온 듯 조그마한 집 지붕이 풀밭이다.
풀밭에 있는 저 건물은 화장실.
화장실 옆 세면대 아래에 염소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데도 꿈쩍도 안한다.
푸른 초원과 야생화를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풀밭 지붕을 한 건물은 휴게소. 겨울에 보온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
우리는 저기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풀밭으로 나갔다.
휴게소 뒷쪽에 있는 테라스.
우리는 교회 앞에 있는 풀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메뉴는 샌드위치, 쥬스,요플레,사과,커피.
풀밭위의 점심식사.
장거리 여행중엔 이렇게 햇살을 받으며 풀밭에 다리를 쭉 피고 앉아 먹는 도시락이 최고인것 같다.
게다가 일행 한 분이 잘 익은 명이나물 김치를 3조각씩 나누어 주어 어찌나 맛있었던지...
그 분은 어제 점심식사에도 돌산갓 장아찌와 청양고추를 넣은 멸치볶음을 내놓아 대단한 호평을
받았었다. 이렇게 먼 여행에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오는 열성에 그저 탄복할 뿐....대단한 분이시다.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먹다 남은 과일과 요플레를 꺼내 먹고 있는데 옆 좌석에 앉은 일행은 남은 요플레로 얼굴과
손에 발라 팩을 하고 있다. ㅋㅋ.. 참 부지런하고 현명하게 시간을 보낸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 간 곳은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데티폭포(Dettifoss)
데티포스 가는 길은 거친 돌밭길.
저 멀리 하얀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폭포가 보인다. 여기서도 천둥치는 소리가 들린다.
우와~ 무지개가 떴다.
요란한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탁한 회색빛 폭포 물줄기가 내리 꽂힌다.
높이 44m, 폭 100m. 무시무시한 물줄기. 바트나요쿨에서 발원하여 이곳까지 흘러와 엄청난
물을 쏟아내고 있다.
물안개에 젖어가며 가까이 가본다. 저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공포감.
어찌나 소리가 요란한지 소리를 질러도 내 소리까지 먹혀 들어간다.
데티폭포에서 나와 좀 더 안쪽에 있는 셀포스(Selfoss) 가는 길.
데티포스와 같은 물줄기인데도 이렇게 다르다.
데티포스의 거친 물살에 비해 셀포스는 참 예쁘게 흐른다. 여성적이랄까.
높이는 12m. 하지만 굉장히 넓다. 말발굽 모양의 협곡에 수많은 폭포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린다.
한참만에 뮈바튼 지역에 왔다.
지도를 보면 중북부에 호수가 있는 Reykjahlid 라는 도시가 표시되어 있다.
이 근방에 뮈바튼(Myvatn)이 있다.
차창으로 기이한 지형이 보인다.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른다. 흐베리르. 내일 간단다.
뮈바튼 자연온천장에 들어간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긴 통로를 따라 온천장으로 가는데 춥다.
자연 온천. 푸른빛이 도는 우유를 풀어 놓은 듯. 몸이 추워 재빨리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
그런데 미지근하다. 유황온천이라 미끈미끈하고.
발밑도 미끈미끈하여 조심조심 걸어서 이리저리 옮겨본다.
우리 일행들이 손짓하여 가보니 좀 따뜻한 온수가 나오는 곳이었다.
역시 우리에겐 따뜻한게 좋아~ 그런데 서양사람들은 물에 담근채 찬맥주를 주문하여 마신다.
온천 주변엔 아름다운 뮈바튼 호수가 있고 하얀 설산도 보이고, 여기 온천수는 민물이라 훨씬
부드럽다. 어깨를 두드려주는 물폭탄도 맞아보고...1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1시간을 달려 북쪽에 있는 도시 후사빅(Husavik)으로 간다.
차창밖으로 보라색 루핀이 보인다. 남부지방을 돌때 늘 보아왔던 꽃을 여기에서 또 본다.
루핀을 알래스카에서 처음 가져다 심었단다. 토양이 유실되는걸 막기 위해.
그런데 이 식물이 어찌나 생장력이 좋은지 경작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퍼져서 6월하순부터
7월까지 왠만한 곳에선 보라색꽃을 볼수 있단다. 그냥 꽃으로만 즐긴다고.
후사빅(Husavik)에 도착.
북쪽인데 오히려 날씨가 꽤 따뜻하다.
포경사업이 활발한 도시라서 그런가 좀더 잘사는 동네인것 같다.
호텔 체크인. 호텔도 그동안 사용했던 것 중 가장 넓고 쾌적해 보인다.
호텔 로비 천장 장식이 특이하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이 동네의 맛집에서 저녁식사.
처음으로 생맥주를 마셨다. 온천을 해서 그런지 맥주가 댕긴다. 부드럽고 진하다.
전채요리는 해산물(새우,조개)이 들어간 리조토. 메인은 돼지고기 스테이크. 모두들 잘 먹는다.
디저트는 케익과 생크림.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그 사이에 날씨가 돌변하여 쌀쌀해졌다.
고래를 잡는 항구라서 그런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고래를 볼수 있는 관광지로도 활발한가 보다.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며 호텔에 들어왔다.
객실은 넓은데 양치하는 컵이 없고 샤워실은 왜그리 좁은지...
대신 욕조는 갖추어져 있는데 오늘같이 온천하고 들어온 날은 별로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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