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9일 월요일
전부터 별렀던 주왕산엘 가게 되었다.
주왕산엔 가을 단풍이 최고로 예쁘다던데.
10월 중순경에 다녀온 지인에 의하면 10월 말 쯤이 단풍 피크라고 했었다.
그러나 동생들 일정이 있어 오늘에서야 나서게 되었다.
일산엔 지금이 단풍 피크인데, 주왕산엔 아무래도 남쪽이니까 단풍이 남아 있을거야...
난 주왕산 단풍도 좋지만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나왔던 주산지를 가보고 싶었다.
특히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정경들을 보고 싶어서 주왕산 입구 가까이에 있는 펜션을
예약해 놓았다.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주산지를 가보자는 욕심에...
8시 출발.
남동생 둘, 남편과 나. 4명.
월요일 출근시간대라서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풀려 잘 달린다.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덕평휴게소에 들렀다.
어제 인터넷으로 전국휴게소 맛집을 조사해 보았더니 이곳 덕평휴게소는 자연친화적이고
소고기국밥과 씨앗호떡이 유명하다고 하였다.
휴게소 건물도 남다르다.
천평일률적인 一자형 건물이 아니고 마치 건축디자이너가 설계한 듯 나지막한 여러 건물이 배열되어
있고 외벽도 목재를 쓴것 같다.
화장실 세면대도 마치 호텔에 있는 것처럼...
화장실 안에 중정이 있고 4면이 화장실로 둘러싸고 있다.
씨앗호떡과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이 곳은 카페도 여러곳이 있어 맛있다는 곳을 선택하여 자리잡았다.
호떡속에 단팥소와 호박씨가 듬뿍 들어있어 맛있다.
차창밖에는 가뭄이 계속되다가 오랫만에 연 이틀간 단비가 내려 촉촉한 기운이 느껴지는것 같다.
산에는 단풍이 절정은 지난 듯 하다.
추수를 끝낸 논은 텅 비어 있고, 밭에는 배추랑 무우가 김장철을 기다리고, 과수원엔 아직도 사과가
주렁주렁 붉게 익어가고 있다.
여러개의 터널을 지나면서 간간히 비를 뿌려댄다.
긴 터널을 지나 단양쯤부터는 산에 단풍이 색다르다.
노란색 단풍이 초록의 소나무숲에 줄을 지어 쭉쭉 뻗어있다.
樹形으로 봐선 메타세콰이어와 비슷한데 단풍색깔이 노란색이다.
서안동으로 빠져 나갔다.
안동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안동 재래시장에 있는 식당이 맛집에 추천되어 있다.
옥야식당의 육개장. 맛이 깔끔하고 시래기도 풍부하다. 꽤 많은 양을 싹 비웠다.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만난 장화가게. 비오는 날에 신던 검은색 장화가 이렇게 진화했다.
청송군으로 진입.
만휴정을 찾았다. 도로 간판이 부실하여 좀 헤매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 주차를 하고 산으로 올라간다.
호젓한 산길.
폭포가 나오는가 했더니 계곡옆에 단촐한 정자가 보인다.
만휴정(晩休亭): 김계행이 연산군때 지은 정자이다.
문신으로 청백리에 뽑혔던 분. 50세가 넘어 과거에 급제한 선생은 높은 관직까지 역임.
연산군 폭정을 만나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이 정자를 지었다.
계곡 옆으로 너럭바위가 펼쳐지고 폭포가 떨어지는 풍광좋은 이 곳에 집 한 채 지어 놓고 풍류를
즐기는 여유로움이 부럽다.
이 집으로 들어가려면 계곡을 가로 지르는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에서 내려다 본 전경.
계곡물이 저 곳에 모였다가 거대한 바위 아래로 떨어져 폭포가 된다.
선생은 더운 여름날엔 저 곳에서 목욕하며 수영도 했겠지.
막돌로 축대를 쌓은 모습도 정겹다.
정면 3칸, 측면 2칸, 3면이 개방된 누마루 형식으로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었다.
3면에 계자식 난간을 둘렀다. 팔작지붕,홑처마.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전체 모습.
우리가 정자에 도착했을때 방안에 아주머니 몇 분이 앉아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랫 동네에 살면서 이 정자를 관리한단다.
퇴근(?)시간이 되었는지 쓰레기를 모아 계곡에서 소각을 하면서 또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 분들한텐 풍광좋은 이 집이 훌륭한 놀이터가 될것이다.
청송군은 사과 주산지답게 온통 사과밭이다. 들판은 물론 산기슭까지 빨간 사과가 먹음직하게
달려있다. 이 쯤엔 사과품종 중 부사사과일 것이다. 저장기간이 길고 시원한 맛이 아삭아삭...
빠리에서도 부사는 귀하고 비싸다. 국산 과일중 사과와 배는 세계 최고다.
만휴정을 보고 내려와 백석탄 계곡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네비게이션은 어느 마을에서 다왔다고 하는데 표지판이 없어 이 동네를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찾았다.
조그만 간판이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가려서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백석탄(白石灘) 포트홀(pothole)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라는 뜻.
개울 바닥의 흰바위가 오랜 세월동안 깍여서 만들어진 지형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다양한
지질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하얀 돌은 모래 알갱이 중에 풍화와 침식에 강한 석영입자들이
모여서 이 지역의 사암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사진작가들 사이에만 알려져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맨 발에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카메라 앵글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사진쟁이들.
하얀 바위, 파란 이끼, 쉴새없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가는 아주 조용한 이 곳.
시간도 멈춘 듯. 환상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돌틈에 피어있는 구절초.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간다.
숙소에 가기전에 한 곳을 더 둘러보자고 서둘러 찾아 간 곳은 용계리 은행나무.
용계리 은행나무
수령 700년. 높이 37m. 둘레 14.5m. 원래 용계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는데,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그 자리에서 15m 높이로 들어올려 심어 놓은 것이다.
선조 때, 훈련대장을 역임했던 탁순창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낙향하여 이곳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은행계를 만들어 이 나무를 보호하며 친목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수형이 참 잘생겼다. 용문산 은행나무보다 훨씬 품위가 있고 묵직해 보인다.
지지대로 잘 받쳐주었고 아직도 번성한 듯 주변에 떨어진 은행잎이 수북히 쌓여 있다.
주왕산 입구에 있는 펜션에 들러 체크 인.
참으로 소박하다. 방 두 개. 11만원.
짐을 옮겨놓고 밥을 먹으러 나섰다.
캄캄한 밤 길을 달려간다. 꽤 한참을 달렸다.
앞서 다녀온 지인이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곳.
달기 약수터 근처에 있는 서울여관식당.
초저녁인데 벌써 파장인 듯 손님들이 별로 없다.
먹다가 생각나서 뒤늦게 찍었더니 비주얼이 좀 헐렁하다.
고추장으로 양념한 닭떡갈비와 토종닭 약수백숙. 약수의 철분 때문에 국물이 푸른빛이다.
사과 막걸리 맛이 달달하다. 백숙의 양이 많은데다가 막걸리랑 먹게 되니 배가 금방 불러온다.
모두들 술을 마셔서 대리기사를 불렀다.
식당 한쪽에서는 사과 선별작업을 끝냈는지 사과상자들이 쌓여 있다.
사과 과수원도 겸하는가 보다.
사과 맛을 보라고 한 쪽을 주는데 시원하고 맛이 좋다.
산기슭에 과수원이 있어 사과맛이 더 좋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맛이 한결같다고 한다.
평지에서 재배한 사과는 처음 맛은 좋은데 먹다 보면 맛이 싱거워진다고 한다.
그렇지. 맞아!!
몇년째 한 곳에서 계속 택배주문하여 먹는데 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 기회에 거래처를 바꿔볼까?
약간 파지난것으로 부사 큰것 30개들이 한 상자를 샀다. 3만원. 물론 명함도 받고.
주인 아줌마가 뜨끈한 가래떡을 봉지에 싸준다. 금방 방앗간에서 빼왔나 보다.고마워라..
배가 너무 불러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서 서성거린다.
방이 모두 7개인데 오늘밤엔 손님이라곤 우리 뿐.
주인은 별채에 작은 가게를 겸하고 있다.
가끔씩 자동차가 지나가는 캄캄한 시골의 밤.
그래도 가로등이 있고 마당에 강아지 두 마리가 지키고 있어 안심이 된다.
동생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방 바닥은 따뜻하다. 소박하지만 욕실에 필요한건 다 있다. 수건이랑 샴푸,치약..등.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동생이 문을 두드린다.
저쪽 동네까지 가서 맥주를 사왔는데 생각 있으면 건너 오란다.
어휴! 이제 겨우 배가 좀 꺼졌는데 또 맥주를?
간밤에 잠을 설쳐서 이젠 좀 자야지.
방 뒤쪽 창을 통하여 두런두런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새벽에 주산지 갈 욕심을 접었다.
흐린 날씨. 그리고 다 들 일찍 일어나는게 싫다하여.
8시 넘어 일어나 요 위에서 요가 체조를 하며 가족들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9시쯤 출발.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주왕산으로 들어가는 길가에는 왠 식당이 많은지.
그 중에 팬션주인이 추천해준 식당에서 아침 식사.
식당마다 큰 독에 사과 막걸리가 마치 구정물 같다.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열어 놓았나?
식당 건물이 끝나자 마자 바로 사찰이 나온다.
일주문도 없이 바로 법당 마당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이럴수 있나?
대전사. 꽤 연대가 들어보이는데 어쩌자고 절 입구도 없이 민얼굴을 들어 보이는지...
머리위에 주왕산의 랜드마크인 바위산을 얹고 있다.
대전사를 지나 폭포로 가는 길. 유모차를 끌고 제3폭포인 용연폭포까지 갈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 넓고 평탄하다. 사람들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걸어간다.
고운 단풍까지 있었으면 금상첨화인데...여긴 남쪽인데도 벌써 져간다.
산속으로 들어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암벽들을 올려다 보게 된다.
어떻게 저렇게 잘라놓은 암벽이 있을까?
계곡의 너럭바위도 저 위에 뭔가 있음을 암시해주는것 같다.
두부모 잘라 놓은것 같은 암벽이 주상절리로 되어 있다.
오랜 옛날에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증거인데 마그마가 급히 식어갈 수 있는
자연요건이 있었다는 건데...
늠름한 장군이 떡 버티고 서 있는 듯한 거대한 바위.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어찌나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지..경상도 사투리는 발음이
억센데다가 목청도 커서 엄청 시끄럽다. 여기가 경상도 땅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계곡에 있는 바위도 끊임없이 흐르는 물살에 깎이어 물길을 내어준다.
흐르는 물이 얼마나 힘이 센지 바위를 이렇게 구멍을 내놨다.
구멍에 물이 고이고 낙엽이 동동 떠있다.
용추 폭포. 3단으로 되어 있는데 맨 마지막에 해당된다.
거대한 협곡으로 이어진다.
마치 중국의 어느 풍경구에 들어선 느낌이다. 그저 입이 딱 벌어진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데가 있었단 말이야? 왜 진작에 몰랐을까?
용추 폭포의 제 1단과 2단.
용추 폭포의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물살이 약한 곳엔 이렇게 낙엽이 켜켜히 쌓여 있다.
절구 폭포로 가는 길.
절구 폭포는 2단으로 되어 있다.
긴 가뭄 끝에 엊그제 연 이틀간 폭우가 내려 수량이 풍부하여 2단 폭포를 볼수 있어 다행이다.
절구처럼 바위에 크고 깊게 구멍을 내어 쏟아지는 물줄기가 참 맘에 든다.
게다가 관광객도 없어 분위기도 호젓하고...
싸가지고 간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 마시며 막내의 대학시절 산행 얘기를 들었다.
등산에 빠져 지낼 때 과동기들 열댓명을 데리고 주왕산에 왔다가 조난당할 뻔 했던 얘기,
지금 이 자리에서 텐트치고 술안주감이 없어 저기 돌멩이를 들춰 가재를 잡아 먹었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는다. 참으로 풋풋한 젊은 혈기가 상상이 된다.
마지막 폭포인 용연폭포
폭포 옆으로 커다란 구멍이 3개 있다.
물이 쏟아지는 힘에 의해 암석의 약한 부분이 깍이어 구멍을 만든 것이다.
구멍이 만들어지면서 폭포는 자꾸 뒤로 밀려난다.
현재, 폭포에서 먼 가장 왼쪽 구멍이 먼저 만들어진 것이다. .
지나 남은 단풍이 참 곱다.
용연폭포를 보고 내려 오는데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이 몰려 오는지 넓은 도로가 꽉 찬다.
일찌기 보고 오기를 잘했다.
아까는 텅 비어 있던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가득하다.
관광버스에 가득 실고 와서 내려 놓으니 떼거리로 몰려 들어와 와글와글~
게다가 목청 큰 경상도 사람들...화려한 등산복 차림이 눈을 현란하게 한다.
주왕산도 가을 내내 몸살을 앓을것 같다.
주산지로 가는 길.
길가에 청송사과를 파는 간이가게가 많다.
주산지 입구에는 가게가 없어 참 조용하다.
관광객들도 적고 관광버스가 없어 좋다.
주산지
숙종때 농업용 저수지로 축조했다고 하니 300년이 넘은 저수지다.
길이 100m, 너비 50m, 깊이 8m.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적이 없단다.
주변 산세와 함께 계절별로 다양하게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해주어 사진작가들에게 알려진
명소라는데 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영화를 보면서 이런 곳이
국내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영화에 나온 호수 한가운데 있던 절은 촬영후 치웠다고 한다.
수변 식물인 왕버들. 축조 당시에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정말 수령이 300년쯤 될까?
성능좋은 카메라로 멋지게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진사처럼~
고목인 왕버들의 대를 잇기 위해 몇해전에 새로 이식한 왕버들이 왼편에 자라고 있다.
고즈넉한 주산지를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
어제 단양쯤에서 바라보았던 소나무숲에 섞여있던 노란 단풍이 여기에 있다.
쭉쭉 뻗은 이 나무는 일본 잎갈나무. 우리는 낙옆송이라 부르는 나무이다.
주산지를 끝으로 청송을 떠난다.
가면서 근사한 식당을 만나면 점심을 먹자 했는데 청송읍내를 지나면서도 맘에 드는 식당이 안나온다.
결국은 안동시내로 들어간다. 갑자기 일산에서 먹었던 안동국시가 생각났다.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안동국시는 서울이나 일산에 있는 식당만 나온다.
먹자 골목을 찾아 들어갔지만 한우갈비 식당 뿐.
민속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별로 먹을게 없어 썰렁하게 먹고 나왔다.
안동 국시는 옛날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입맛이 바뀌어 찾는 이가 없대나.
우리가 먹어본 안동 국시는 진한 소고기 국물이 들어간 고급스런 국수였다.
경상도는 구경할 곳은 많은데 음식만큼은 기대치 이하이다.
길고 긴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못다한 얘기를 나눈다.
동생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스스럼 없고 편안해서 좋다.
어제 식당에서 준 가래떡이 먹기 좋게 굳어 있어 한 토막씩 끊어 간식으로 먹기에 아주 훌륭하다.
구리 휴게소에 들러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어제 산 부사 사과를 10개씩 꾸러미 3개를 만들었다.
집에 오니 10시가 넘었다.
주왕산 여행을 함께 즐기고 공감해준 동생들과 남편에게 새삼 고마움을 전한다.
'm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늘푸른회 제주여행 (2016년 2월29일~ 3월3일) 제 2일 (0) | 2016.03.16 |
|---|---|
| 늘푸른회 제주여행(2016년 2월 29일~ 3월 3일) 제 1일 (0) | 2016.03.15 |
| 안반데기 배추밭 여행(2015년 8월) (0) | 2015.09.06 |
| 늘푸른회 경주여행(2015년 4월) (0) | 2015.09.02 |
| 가족 나들이. 당진, 서산. 2014년 7월 (0) | 2014.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