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 금요일
여행 마지막 날.
객실에 있는 비데를 사용할려고 틀다가 물벼락을 맞아 바지를 적셨다. 이런~
어디를 가보아도 비데만큼은 한국 제품이 가장 우수한 것 같다.
9시 출발.
아테네에 있는 근대 올림픽 경기장과 아테네 시내를 돌아보고 발칸반도의 땅끝에 있는 수니온 곶을 본 다음
공항으로 간다.
근대 올림픽 경기장.
1000년 동안 이어지던 고대 올림픽이 393년에 중단된 후, 1500년이 흘러간 뒤 프랑스의 쿠베르땅에
의해 1896년 이곳에서 제 1회 근대 올림픽이 열렸다.
이후 4년마다 지구촌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그 당시 근대 올림픽이 열릴수 있도록 경기장을 복원하는데 기부금을 낸 "아베로프"의 동상.
지하철 역사 박물관에 들어갔다.
지하철 공사 때 나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철 공사 때 발견된 유물 한 쪽 벽은 아예 유리벽을 하여 지층을 그대로 보관하였다.
아테네의 신시가지를 빠르게 둘러 본다.
그리스 정교회 건물. 이 건물도 역사가 꽤 깊어 보인다.
아테네 지하철 역 표지판. 메트로.
풍성한 과일 노점상. 체리랑 살구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판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 갔다.
지하철 역 공사를 하다가 발견된 유적들을 그대로 보관 전시하였다.
그 옆에는 설명을 자세히 해놓아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그리스인들의 발상은 본받을 만 하다.
지하철역 안에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한 쪽을 이처럼 유적전시관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역시 그리스는 관광에 관한 모든 시스템이 우수한 '관광대국'이다.
전동차가 들어왔다. 전동차 몸체는 온통 알록달록. 무늬를 넣은건지... 낙서를 한 건지...
다시 땅위로 올라와 구시가지를 걷는다. 건물을 지을려고 땅을 파다가 나온 유적들이 그대로 멈춰있다.
사람이 사는 집은 아니겠지..온통 낙서 투성이.
이들은 낙서도 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하나보다.
집터 뿐만 아니라 저 언덕위에도 유적 발굴중인가 보다.
고목이 된 뽕나무 가로수 길. 뽕나무 그늘을 이용한 카페.
델포이 마을을 지날 때도 이런 카페를 보았는데.
아침 장사 준비하는 가게들.
아테네 시내를 걷다 보면 이런 유적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그래서 이곳에선 땅을 깊게 팔 수가 없단다. 수천년 전의 유적이 나올까 봐서...???
1시간여의 아테네 시내 구경을 매우 빠르게 끝내고 버스에 올랐다.
그리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니온 곶을 향하여 달렸다.
에게해를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는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그래서 시인 바이런은 '수니온 가는 길' 을 시로 남겼고, 영화 '페드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수니온은 저 아래 땅끝 마을에 있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해변이다. 이 곳은 누드 해변.
버스에서 내려 해안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정말 발가벗고 선텐하는 사람들이 아주 조그맣게
드문드문 보인다. 민망하다기 보다는 평화롭고 부럽기까지 하다.
속이 훤히 보이는 푸른 바다가 내 껏인양, 알몸으로 유유히... 여유자적...
영화 '페드라'에서 앤서니 퍼킨스가 차로 이 도로를 질주하면서 음악과 함께 절규하다가 차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졌던 해안도로를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멋진 도로위에서 스스르 눈을 감아버린 남편이 얄밉다. 어서 밖을 보셔~
에게해의 해안 도로를 달려 이윽고 수니온(Sounio) 곶에 도착.
수니온 곶 꼭대기에 '포세이돈 신전'이 외롭게 우뚝 서있다.
베터랑 가이드가 바이런의 시 '수니온 가는 길'을 읊어 준다.
수니온 대리석 절벽 위에 나를 세워두오.
그 곳엔 나와 파도 뿐 아무도 없나니.
우리의 속삭임 귓전에 흩날리는 그 곳에
백조처럼 노래하다 죽도록 나를 내버려 두오.
저 위 포세이돈 신전의 사각 기둥에 이곳을 다녀 갔던 유명인사들의 낙서가 있단다.
바이런은 1810년 친구와 같이 이 곳을 다녀가면서 이름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포세이돈 신전.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은 아테네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였다.
포세이돈은 샘을 팠고,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그 샘 옆에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
아테네 사람들은 아테나 여신을 수호신으로 결정하였다.
화가 난 포세이돈은 파도를 일으켜 아테네 사람들을 괴롭혔다.
포세이돈을 달래기 위해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니온 곶 언덕위에 신전을 지어 주었다.
멋진 에게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카페에서 오렌지 쥬스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아름다운 수니온 곶에서 그리스의 긴긴 여정을 마감하고 공항으로 달려간다.
버스안에서 가이드가 마감 멘트를 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 보란다.
2주 동안 우리에게 틈도 주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던 가이드는 사적인 얘기는 전혀 하지않아
우리 일행들은 궁금한게 많았었다.
쾌활한 목소리로 신화면 신화~ 역사면 역사~ 종교사까지 도무지 거침이 없이 줄줄.. 흘러나오는 그의
박학다식한 지식들을 우리에게 쏟아 부어주는 그녀의 열정에 늘 고마워 했었다.
한국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그리스에 와서 서양고고학을 공부하다가 이곳이 좋아 눌러 앉았단다.
에너지 넘치는 가이드를 만난 우리 일행들은 참 행운아 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가이드 덕분에 그리스를 너무너무 사랑할 것 같다.
아테네 국제 공항.
가이드와 깊은 포옹으로 작별인사.
귀국하는 항공편은 두 팀으로 나뉘어진다.
항공티켙이 여의치 않아 한팀은 파리에서 환승하고, 다른 팀은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환승하게 된다.
우리는 파리에서 Stop over를 하기 땜에 파리로 간다. 가만보니 부부팀 전부와 싱글 두어분이 합류한다.
파리로 가는 팀은 모두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 우리만 빼고.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심사 하는 것부터 달라진다. 우리는 긴 줄에 서있다.
들어가서 다시 만났는데 그들은 비즈니스 전용 휴게실로 들어간다.
남편은 눈치도 없이 그들과 같이 가고 있어 팔을 휙~ 낚아 챘다.
예기치 않은 내 행동에 남편이 뿔이 났다. 여지껏 잘 지내왔는데 막판에 탈이 난 것이다.
내가 설명을 해줬지만 무례한 내 행동에 심사가 뒤틀려서 의자에 앉아 말을 안한다.
말없이 왔던 길로 다시 가버린다.
혼자 앉아 기다리다가 뒤따라 가보니 옷가게에서 티셔츠를 고르고 있다.
초록색 티셔츠. 조금 큰것 같은데 그냥 결재해 버린다. 내 말은 안듣는다.
파리행 비행기 탑승.
좌석이 이어진게 없어 남편 뒤에 내가 앉았다.
읽다가 남겨둔 책을 꺼내었다. 조 현 의 '그리스 인생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인데 오는 비행기에서 읽었을 때보다 그 사이에 현장을 접하고 보니 더욱 그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오늘날의 문명 국가들은 모든 지적활동 분야에서 그리스의 식민지다.
지상의 문명 국가들은 그리스의 지식으로 길러졌다는 뜻이다.
그리스는 알렉산드로스 이후 2000년 가량 로마, 비잔티움 제국과 오스만터키의 지배를 받았다.
1830년 지금의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으로 부터 독립하였다.
오스만 제국으로 부터 독립운동이 시작된 곳도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이었다.
비잔티움은 동방정교 국가인데다 그리스어를 쓰고 대학에서 그리스원전을 가르치고 보존했다.
'고대 그리스'를 계승했기 때문에 현대의 그리스인들도 비잔티움을 '자기국가'로 여긴다.
어디를 가나 현대 그리스 국기와 함께 노란색 비잔티움 국기를 건다.
현대 그리스의 성소는 고대 그리스의 상징인 파르테논 신전보다 터키땅 이스탐불에 있는 비잔티움의
상징인 성소피아 성당이다.
기독교는 그리스 신화의 시대를 끝냈고,이미 비잔티움 시대에 완전히 기독교화 했다.
98%가 동방정교회 신자이다.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박물관에 가두고, 어디서나 비잔티움의 종교성을 부각시킨다.
기내식으로 나온 와인 한 잔에 알딸달 해지면서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린다.
뒤를 돌아보니 일행 부인이 책을 들어 보여 주는데 지금 내가 읽는 책과 똑같다. 우연의 일치??
일행중에 가장 진지하게 유적지 탐방을 했던 아주 모범적인 부부였다.
중남미 여행을 하고 돌아와 여독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그리스 여행에 나섰다고 했었다.
1년전에 그리스 여행을 신청 했었는데 이번에 모객이 성사되어 친구부부와 함께 왔다고 했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도착. 오후 5시 반.
두어시간 후에 한국으로 떠나는 일행들과 작별인사.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 10개월만의 해후. 반갑다.
우리하고 같이 보낼려고 1주일간 휴가를 내었단다. 고마운 녀석~
RER선 전철을 타고 샤틀레 역에서 14호선으로 갈아탔다. 샤틀레역부터는 낯익다.
2년전 샤틀레역사가 너무 길어서 잠시 길을 헤매었던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는 아들이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게 안쓰럽다.
다시 6호선으로 갈아타고 집근처 역에서 내려 동네를 걷는데 아주 눈에 익다. 마치 어제도 걸었던 것처럼...
집앞 4거리 횡단보도 건너편에 며느리와 손녀가 손을 잡고 마중나와 있다.
이쪽에서 우리가 손을 흔드는데 은우는 제 엄마 얼굴을 올려다 보고는 수줍은지 엄마 몸에 기댄다.
그동안 영상통화를 자주하여 낯을 익혀 놓아선지 금방 친해졌다.
어찌나 잘 노는지 집안을 왔다갔다 뛰어 다닌다. 볼이 발그레 상기되고 눈이 반짝 반짝...
지난 초여름 휴가 받아 왔을 때는 아장아장 걷던 녀석이 이젠 기저귀 차고도 잘 돌아 다닌다.
아들부부가 부엌에서 금방 저녁상을 준비해 왔다.
된장국, 백김치와 오이소박이는 집에서 담그었단다. 불고기와 잡채...
2주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맛있게 먹었다. 직접 담근 김치가 참 맛있다.
게다가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났다는 안도감도 함께...
은우가 스티커책을 펼쳐놓고 한참을 같이 놀았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집중하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가족들과 밀린 이야기를 하다가 피곤이 밀려 온다.
은우가 씻으러 간 사이에 남편은 잠이 들어 버렸다.
아들집에서의 첫날 밤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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