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수요일
천둥소리에 잠이 깨었다.
요란하게 비가 내린다.
앞 산 중턱까지 구름이 내려와 있고, 비오는 풍경을 내려다 보는것도 근사하다.
아침밥을 짓는다.
잡곡밥, 사골우거지국, 김치,김,매실 장아찌,멸치넛트 볶음.
커피까지 마시고.
그 사이에 비가 그쳤다.
자~, 떠나자!!
우산과 간식을 챙겨 내려가니, 객실에 머물던 사람들이 각자 여행지로 떠나느라 분주하게 시동을 건다.
오늘은 안동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둘째가 하회마을을 신청(?)했고,바로 근처에 병산서원이 있다.
중앙고속도로 안동 IC를 벗어나니 도로변 가로수 아래에 노란 금계국꽃이 피어있어 참 예쁘다.
이곳은 비가 온 흔적이 없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는데.
안동지역은 온통 한우(韓牛) 자랑이다. 한우 식당이 즐비하다.
우선 병산서원으로 향한다.
병산서원은 목백일홍이 참 많다. 전에 답사왔을때 진분홍꽃이 피어있어 인상 깊었던 곳.
그 사이에 많이 자라서 온통 안과 밖에 가득하다. 여름에 오면 참 좋을것 같다.
전국의 서원을 다녀봐도 이곳 병산서원이 가장 아담하고 예쁘다.
누각을 받쳐주는 기둥들도 생긴 모양 그대로 사용.
누각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굉장히 큰 나무를 통째로 깍아 층계를 만들었다.
출입 금지 팻말이 있어 누각에 들어가지 못한다.
전에 왔을때는 누각에 앉아 건너편을 바라보며 서생들의 기분을 느껴 보았었는데...
누각에 매달린 북.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를 이 북을 쳐서 알렸을까?
양쪽에 기숙사. 동재과 서재.
병산서원을 설립한 조선 중기의 유성룡 父子를 모신 사당. 굳게 잠겨있어 출입금지.
병산서원의 심볼(?) 화장실. 달팽이 모양의 뒷깐.
호기심에 들어갔던 관광객들이 코를 움켜 쥐고 나오며 멋적게 웃는다. 오물이 꽉 차있다.
부용대 주차장 근처에도 서원이 있다. 일반인 출입금지.
화천서원 안에 붉은색 단청을 칠한 건물은 사당 이다.
서원 옆으로 부용대 가는 길.
곧 산길이 나오는데 길 바닥에 태고적(?) 암석이 깔려있어 인상적임.
부용대.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회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아주 좋다.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올라온다. 아이쿠! 얼마나 시끄러울까?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히 안내원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다. 간간히 영어로 소근소근.
명찰을 보니 재미 교포 자녀들. 방학을 맞아 한국에 연수 온 듯.
다음 코스에서도 또 만났는데 관람태도가 매우 훌륭하다.
여행지에서도 오락기나 스마트폰에 빠져 지내는 우리 애들하고는 다르다.
부용대에서 내려와 하회마을로 들어서니 장터가 먼저 반긴다.
전에 이런거 없었는데 그 사이에 많이 변했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도 우선 목 좀 축이자고 주막에 들렀다.
막걸리와 부추전, 안동 간고등어 구이.
잠깐 먹자고 들어선것이 막걸리 두 병을 비웠고 결국은 점심식사를 걸르게 된다.
일어서는데 다리가 휘~청. 왠지 기분이 좋아 실실 웃음이 난다.
장터에서 하회마을까지는 버스로 이동. 유치원생들과 함께 탔다.
의자 한 개에 3명씩 앉혔다. 표정들이 예뻐서.
마침 별신굿 하회 탈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양반 탈, 할미 탈, 각시 탈, 말뚝이....
스토리가 있는데 탈을 써서 그런지 발음이 똑똑하게 들리지 않아 이야기 전달이 잘 안되어
1시간이 꽤 지루하게 이어진다. 둘째는 출연자의 복장에 대해 지적한다.
진짜 짚신(플라스틱 신발)을 신고 태평소 부는 아저씨의 안경을 콘택트 렌즈로 바꾸면 어떨까 하고.
처음 시작은 이렇게 환호성으로 출연자를 맞이 했는데....
탈놀이 진행중에 출연자가 관중석을 돌면서 돈을 모은다. 꼭 이렇게 해야 할까?
별신굿 보존회는 정부에서 일부 지원해 줄테고, 우리가 내는 입장료의 일부가 여기에 쓰일텐데....
지루한 스토리 전개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흥겹게 보고 같이 즐길만한 프로그램을
연구해봐야 할 듯.
거의 끝나갈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자동차에 우산을 두고 왔는데 어쩐담.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마을은 여기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데.
할수없이 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둘째가 가장 아쉬워 하겠지.
전시관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 했을때 하회마을과 봉정사에 들렀던 사진을 보고
갑자기 다음 여정을 봉정사로 정했다.
봉정사: 신라시대 창건. 역대 스님들에 의해 여러번 중수.
극락전은 우리나라 현존하는 건물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돌계단에서 뒤돌아본 전경.
고려시대 건물 극락전의 맞배지붕. 수덕사 대웅전과 부석사의 조사전과 비슷한 구조.
사찰에 있는 연등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연꽃잎 한장 한장 섬세한 손길을 거쳐 완성.
잘 보관했다가 내년에 또 사용하면....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단청 색깔이 품위있어 보인다.
역사 깊은 절집에서 비까지 내려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준다.
대웅전 앞면에 마루를 깔고 난간을 세웠다.
스님들의 거처인 요사채 건물에 낙숫물이 튀지 않도록 기와를 이용한 물받이.
역사 깊은 사찰엔 고목들이 증명을 하듯, 은행나무 한 그루가 사방으로 뿌리를 내려 거목을 지탱.
고즈넉한 사찰을 나오자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오전부터 한우식당을 보아온터라 오늘 저녁은 쇠고기를 먹기로 했다.
영주축협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영주축협 플라자를 찾아간다.
영주의 한적한 외곽에 넓게 공원을 만들어 분수가 물을 뿜어내는 근사한 식당.
한우의 여러 부위를 1인분씩 주문하여 숯불에 구워 먹으며 맛을 비교한다.
축협에서 직영한다면 고기의 품질이 좋고, 무엇보다 정량(1인분 200g)을 줄거라 기대했는데
뭔가 미흡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무심히 계산서를 보다가 잘못 표기된 것을 발견했다.
등심 1등급 2인분이 1+등급 3인분으로 표기된것.
종업원을 불러 지적해주니 자신의 표기가 맞는다고 우긴다. 이런~
카운터에 가서 다시 설명해주고 계산을 하는데 내가 미리 계산한거와 값이 틀린다.
근데 여기가 축협직영이 맞나?
은근히 외지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것 같아 뒷맛이 쓰다.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나서, 마지막 밤을 뜻깊게(?) 보내자고 맥주판을 벌렸다.
맥주 두 잔에 눈이 저절로 감긴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잠결에 세 남자의 이야기가 계속 들려온다.
새벽 3시에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가 있다고 했는데 아예 다 보고 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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