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9일 목요일
비오는 아침 7시 10분에 화정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S선배와 함께 서산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친구와 두 달 전 서산으로 이사 간 J와 함께 4명이 태안에 새로 만들어진 올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지난주에 답사 다녀오고 바로 엊그제 축령산 다녀오느라 몸이 고단한지 계속 잠속으로 빠져든다.
당진을 지나갈 때 쯤엔 창밖에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는걸 보니 바람이 세차게 부는가 보다.
비는 안오는데.
서산 버스터미널. J가 나와줘서 반갑게 인사.
J의 자동차로 친구네 아파트 도착. 인삼차와 쑥개떡을 내온다.
서산살이 7년정도 된 친구가 예쁜 길로 인도하여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촌마을을
차창을 통하여 즐기고 있다.
서산의 특산물인 마늘밭,인삼밭,감자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목백일홍이 가로수로 자라고 있어
한 여름 석달동안 진분홍색 꽃들이 피고 지고.... 얼마나 예쁠까 상상해 본다.
태안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에 도착.
여기서 부터 만대항 까지가 1코스(10Km 정도).
우리는 중간 지점인 여섬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모래사장을 지나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빽빽하게 잘 뻗은 소나무와 싱그러운 잡목들,부드러운 흙 오솔길.
너무 너무 행복하다.
게다가 왼쪽은 깍아지른 절벽. 소나무 사이로 바닷물이 출렁이는걸 내려다 본다.
제주도 올레길 7코스를 걷는 기분.
친구가 햇고사리순을 알려준다.
여지껏 TV를 통해서만 고사리 꺽는걸 보았는데 우리가 여기서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다니!
통통한 햇고사리가 눈에 들어온다
온통 눈길은 숲속의 고사리에 꽂혀져서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고사리를 채취하는 손길이 바쁘다.
잠시 쉬면서 커피와 쑥개떡을 먹으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저 소나무 아래는 절벽. 세찬 바람에 파도가 힘차게 내리친다.
각시 붓꽃. 붓꽃 중에서 제일 작은 종류. 앙증맞다.
걷다가 모래사장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이 근방에 팬션타운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높은 건물이 없어 이대로만 유지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파도에 실려온 쓰레기와 스티로폼 부스러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팬션단지에서
여기까지 손을 쓰면 좀 어떨까?
지도에 보면 꾸지나무 해수욕장에서 여섬까지 가는 해안도로에 동그랗게 들어간 만(모래사장)에는
팬션단지가 표시되어 있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여섬에 도착.
물이 빠져서 여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바람이 심하여 바위로 둘러싼 구석에 자리잡고 친구가 만들어온 김밥으로 점심식사.
아이들 어렸을때부터 김밥을 싸던 솜씨라 고기도 듬뿍 들어간 영양 만점 김밥.
따뜻한 차와 함께 맛있는 김밥과 과일까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차를 마시던 종이컵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바위에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요즈음은 굴에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나서 게를 잡기 시작했다.
돌을 들추면 숨어 있던 조그마한 게(돌짱게)들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그래서 2인1조가 되어서 한 사람은 돌을 들추고 나머지 사람은 달아나는 게를 재빨리 비닐봉지에
쓸어 담아야 한다.
잡힌 게는 도망갈려고 사력을 다하여 손가락을 무는 통에 반드시 목장갑을 끼고 작업(?)해야 한다.
조그만 게를 잡아 먹겠다는 이 잔인한 인간들 ㅋㅋㅋ... 그러나 엄청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ㅎㅎㅎ... 이게 인간의 본능인가?
큰 돌 밑에는 큰 놈들이 숨어 있고 작은 돌 밑에는 작은 놈들이....
사력을 다하여 잡힌 녀석들.근데 조개 껍질이 더 많네.
돌아가는 길.
다시 물이 들어와 벼랑밑 물살이 더욱 세차게 내리친다.
돌아 올때는 주로 취나물을 뜯었다.
취는 주로 길바닥에 나 있어서 밟히기 일쑤인데, 게다가 취와 비슷한 식물이 있어서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취는 잎자루가 약간 자주색을 띤다.
서산 부석면 가사리로 향한다. J네 집.
지난 3월 이사온지 며칠 안되어 우리 가족이 다녀오고 2개월만에 다시 왔다.
그 사이에 맨 땅이었던 밭이 잘 일구어져서 각종 채소들이 잘 자라고 있다.
비어있던 마당에도 돌멩이와 디딤돌을 깔아 화단과 구분지어 놓고.
붉은 벽돌로 경계를 만들고 척박한 땅에 여러 꽃식물을 심어 가꾸는 안주인의 정성이 배어있다.
꽃나무 한 포기마다 이야기가 들어 있고 정성을 다하는 손길이 느껴진다.
부엌 옆에 있는 마당엔 씨를 뿌려 가꾸어 놓은 먹거리 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며칠전 비가 와서 깊게 패인 화단 모서리가 잘려나가 안타깝다.
아담한 장독대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안주인의 꿈이 펼쳐질 이 정원에 푸르름으로 가득 찰 날들을 기대해본다.
돌아오는 고속버스에서
무릎 관절은 시큰거리는데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의 인생에 소중한 사람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한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날이었는지.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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