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프랑스 아들집에서 살아보기2(2024년10월12일~12월1일) 제 49일

럭비공2 2025. 2. 3. 17:28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아침 하늘이 맑다.

8시쯤, 아직 해가 떠오르기전 하늘이 붉게 물들어있다.

 

오늘은 은우가 제일 먼저 등교.

다음은 지우가 아빠랑 등교.

창문에서 손을 흔들어준다. 

저밑에서 손을 흔드는 지우와 아빠.

이런 광경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사진 찍어 둘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며느리도 출근하고.

 

우리 둘만 남았다.

단호박스프 남은걸 모두 쏟아 데웠다.

빵을 찍어 먹는다. 계란 후라이로 단백질 보충.

 

설겆이 끝내고 냉장고에서 잔멸치를 꺼내 놓았다.

전에 보내준건데 유통기한이 지나있어 밑반찬 만들어 줄려고 한다.

아몬드를 칼로 3등분 해놓고, 땅콩과 베리를 준비한다.

1. 팬에 잔멸치를 낮은불에 볶아 냄새를 날리고, 식용유를 넣고 볶는다.

2.볶은 멸치를 내놓고, 팬에 간장, 미림, 쌀엿을 넣고 끓인다.

3.여기에 넛트를 넣어 뒤적뒤적, 볶아놓은 멸치도 넣고 뒤적이다가

통깨와 참기름 넣고 마무리.

 

커피 한잔 마시고.

남편과 아랫층 땅푸리에 내려가면서 모아놓은 패트병이랑 종이 모아놓은

쇼핑백을 가지고 0층에 있는 분리수거통에 넣은후 땅푸리에 갔다.

단호박, 단감, 배, 사과, 새송이버섯, 대파를 사가지고 올라간다.

(은우네 와서 모든것이 익숙해지니까 떠나게 된다.)

 

은우가 수업 끝나고 들어왔다. (08:30~11:20   3시간 하고)

뒤늦게 생각나서 빨래통에 모아진 세탁물을 세탁기에 돌린다.

햇살이 좋은데 진작 할껄.

단호박 손질하는데 며느리가 들어온다.

며느리는 주방에서 점심준비를 하는데 스파게티면중

가장 가느다란걸로 국수대용으로 삶는다.

해물짬뽕이 만들어진다. 스파게티 면으로. 

지혜롭다.

 

며느리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고.

단호박스프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어서.

여기와서 1주일에 한번씩 했으니 아마도 6번째 하는것 같다.

이젠 농도를 알맞게 맞추어 쉽게 끝낸다.

 

창문을 열어 전체 환기를 시키고.

햇살이 좋아 발코니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바람불어 좀 춥다.

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 웹체크 해놓고,

스트레칭. 남편도 샤워하고 나와 스트레칭.

 

4시쯤 산책을 나간다.

파란 하늘, 경비행기들이 날아간 자리에 하얀줄이 그어진다.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듯, 참 예쁘다.

늘 걷던 이 길도 이젠 안녕히~

 

호숫가 바로 앞에 있는 지우네 학교 교문앞.

4시반 타임에는 하교하는 자녀들을 데릴러 오는 학부모들이 많다.

아침에 기침한다고 학교가기 싫어했었는데 나오는 지우 표정이 밝다.

친구를 부르는 소리도 우렁차고.

 

집에 들어오는데 또 기침을 해댄다.

단호박 스프를 따끈하게 데워서 식탁에 앉았다.

은우는 냉동실에서 꺼낸 쵸코쿠키를 렌지에 돌려놓고.

주방에 가더니 나를 부른다.

부엌에 매캐한 연기가 꽉찼다.

이게 왠 일?

렌지에 있던 쿠키 그릇을 꺼냈더니 연기가 풀풀난다.

재빨리 싱크대에 놓고 수돗물을 틀었는데도 연기가 계속 난다.

할수없이 물에 담갔다.

집안 창문을 모두 열어 연기를 뺐다.

간식을 모두 먹고 나서 각자 제방으로 들어간다.

 

6시가 가까워 올때 아들이 퇴근하여 들어오면서 왠 탄내가 나냐고 큰소리친다.

은우의 쿠키 얘기를 해주었더니 은우를 불러 야단을 친다.

다시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시킨다.

탄내가 복도까지 났었나 보다.

가장의 화가 온집안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러다가 불을 낼까봐 더 야단을 치는것 같다.

아이들만 집에 있을때가 많아 늘 신경이 쓰였는데 오늘같은 사건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인것 같다.

퇴근하여 들어온 며느리도 이 분위기가 불편한듯 많이 참고 있는것 같고.

 

아들이 다시 나가서 아버지가 부탁한 변비좌약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주방에서 창문을 열어둔채로 부부가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옆에 있어봐야 거추장스러울것 같아 샤워실로 들어간다.

 

오늘 저녁은 특별음식인 하클렛치즈 구이를 한다고

어제저녁 지인한테서 하클렛기기를 빌려 왔었다.

 

식탁위에 하클렛기기가 가운데를 차지하고 하클렛 치즈랑 하몽,소시지와 버섯,

야채들이 화려하게 차려졌다.

먹음직한 찐감자도 반개씩, 파인애플과 찐고구마도.

 

가장이 아직도 화가 안풀린듯 불편한 심기가 식탁위를 무겁게 짓누른다.

치즈를 좋아하는 은우의 표정이 밝고, 지우는 계속 기침하고.

그래도 할아버지가 무심한듯 말을 걸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놓았다.

 

아래판에는 하클렛치즈를 녹이고 윗판에는 각종 재료들을 구워 먹는다.

치즈 종류중에는 녹여 먹는 치즈가 있고 퐁듀처럼 끓여먹는 치즈도 있다.

퐁듀는 먹는게 단조로운데, 이 기기는 여러가지를 구워 먹을수가 있어서 프랑스에선

이걸 선호한다고 한다. 

몇년전에 왔을때 며느리랑 개선문 근처 하클레 식당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런 기기가 나온후부터는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즐길수 있는

요리가 되었단다. 

 

치즈의 짠맛을 찐감자나 고구마 위에 얹어 먹으니 간이 딱맞아 좋다.

각종 야채와 버섯을 구워 곁드려 먹고, 달고 상큼한 파인애플이 궁합이 잘맞는것 같다.

레드와인을 곁드려서 무지 많이 먹었다.

 

분위기도 정상으로 돌아와 지우가 춤과 태권도 폼새를 보이고.

아들은 아버지와 테니스 라켓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가방을 열어 축구화 상자 공간을 확보할수 있는지도 살펴보고.

 

설겆이가 끝난후 하클렛 기기를 말려 조합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우리처럼 어떤분이 프랑스에 왔다가 이걸 먹어보고 이 기기를 사가지고 한국에

가져가서 삼겹살을 여기에 구워먹는단다.

여기처럼 마트에 가면 각종 치즈가 잘 구비되어 있는것도 아니니까.

 

이렇게 마지막 밤을 뜻깊게 보내고 있다.

은우가 우리 방에 와서 놀다 갔다.

녀석은 한국에 전쟁나면 어떻하냐고 여기서 오래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녀석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