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프랑스 아들집에서 살아보기2(2024년10월12일~12월1일) 제 48일

럭비공2 2025. 2. 2. 23:04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지난밤 은우가 우리 침대에 와서 자겠다고 이불속으로 들어 오더니

10분도 안되어 너무 덥다고 제 방으로 가버렸다.

 

아침 8시15분, 지우랑 아빠가 나간다.

우리방 창문을 열고 저 아래에 있는 두사람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며느리도 출근하고.

은우는 9시에 등교.

 

우리도 아침식사.

단호박 스프에 토스트를 찍어 먹는데 남편은 잡곡빵이 목에 안넘어간다고

투덜거린다.

계란후라이, 야채샐러드를 만들어 빵을 모두 먹게 했다.

 

날씨가 맑아졌다.

햇살이 좋아 거실에 있던 화분들을 내놓고 물을 듬뿍 주었다.

바람도 없어 발코니에 있는 탁자와 의자를 깨끗히 닦아 남편을 불러 나오게 했다.

방석과 모자를 가지고 나온다.

모처럼 햇살을 맞으며 의자에 앉았다.

 

집안에도 햇살이 깊이 들어간다.

발코니 바닥에 낙엽과 흙이 있어 빗자루로 깨끗히 쓸어냈다.

물길 구멍도 뚫어놓고.

하는 김에 화분에 심어놓은 철지난 들께 뿌리를 뽑아내려고 하는데 꿈쩍도 안한다.

오히려 화분 흙까지 딸려 나오려고 하여 그만두었다.

의자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책을 펼쳤다. 

신선한 공기, 따뜻한 햇빛....참 좋다.

한국 같으면 발코니에 창문을 달아 실내같이 사용할텐데 이 나라는 발코니에 

창문을 달지 않는다. 건축법이 그런가 보다.

바람불고 비올때가 아니면 그냥 오픈되어 있는것도 나름 좋은것 같다.

 

점심은 남은 밥과 찌개를 데워 먹기로 하였다.

두부를 좀더 썰어넣고 물을 붓고 사골코인 하나, 대파를 썰어 넣고 끓였다.

며느리가 들어와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며느리는 회사로 들어가고.

트렁크에 사놓은 물건과 옷을 넣어 하나를 채워 놓았다.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소리에 잠이 깨었다.

은우가 1시간짜리 수업이 휴강되어 3시쯤 끝난다고 역광장에서 만나자고 한다.

목욜에 장서는 역광장에서 츄러스를 사기로 한것.

 

3시 10분쯤 나혼자 역광장으로 나갔다.

기차역 공터에 시장이 섰다. 치즈, 과일, 야채.... 옷을 파는 점포들.

푸드트럭이 몇대 보이는데 츄러스 파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공터 끝에 가서 은우를 기다렸다.

한참 후에 은우가 친구랑 같이 걸어오고 있다. 천천히...

손을 흔들어도 못본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와서야 나를 알아본다.

짜~아식, 만나기로 했으면 금새 달려왔어야지.

친구랑 유유자적..몇주동안 츄러스 타령하던 녀석이 맞나 싶다.

 

친구니? 안녕!!

한국말로 하면 못알아듣는다고 은우가 내게 눈짓.

그야 그렇지~ 난 한국사람이니까.

친구가 인사를 하고 먼저 자리를 뜨고.

아까는 안보였는데 푸드 트럭 앞에서 은우가 15개를 주문한다.(12유로)

한참후에 튀겨져 나온 츄러스에 슈가파우더를 뿌려준다.

계피를 뿌려주면 좋은데.

계피가 뭔데?

시나몬

시나몬이 뭔데? 

이~그~

은우는 가끔씩 하굣길에 여기서 츄러스 5개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 먹는단다.

집에 오는 길. 츄러스 봉지에 코를 대고 즐거워하는 녀석.

너~무 행복하단다.

15개니까, 태권도 같이 가는 친구에게도 주라고 하였다.

 

집에 들어왔다.

은우가 3개를 따로 챙겨놓고 나머지를 식탁위에 올려놓는다.

 

맛을 보았다. 고소한 냄새에 비해 너무 딱딱하고 질기다.

너무 튀긴것 같다.

이촌역 근처에서 먹었던 츄러스는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쫄깃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불량식품 같다. 

 

은우는 집에서 쉬고.

3시 40분쯤 우리는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옆으로 기울어가는데 호숫가 전경이 참 예쁘다.

호수위에 하얀새들이 많이 놀러와있다.

연신 셔터를 누르게 된다.

 

남편이 잘 걷는다.

날씨가 좋아서일까?

나오기전 스트레칭, 자건거 타기로 워밍업을 잘해서 그런가?

 

4시반, 교문 앞에서 지우를 찾아 집으로 들어왔다.

5시5분, 태권도장에 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간식을 챙겨준다.

따뜻한 핫쵸코를 만들어 츄러스와 먹게 했다.

친구엄마의 전화를 받은 두녀석이 태권도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두녀석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다가 전화를 받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우리 둘만 남았다.

오늘은 별로 할 일이 없어 지루하다.

그러니, 할 일 없는 남편은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루할까?

멍~하니 텅 빈 눈동자를 자주 보게 된다.

이대로 계속되면 치매에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 될것 같다.

앞으로 여기 또 오게 된다면 1달 정도가 딱 알맞을것 같다.

노년에도 끊임없이 할 일이 있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6시반쯤 밥솥을 불에 올리고 있는데 며느리한테서 메시지가 온다.

오늘 태권도 수업이 휴강, 두 녀석이 친구네 와서 놀고 있다고 하여

퇴근하여 그 집에 갔는데 좀 더 놀겠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다고.

 

7시 15분쯤 들어온다.

저녁은 닭곰탕으로.

두 녀석이 밥을 먹으며 투닥투닥...그러다가 깔깔깔....

내가 아까 은우 친구에게 한국말 했던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며느리가 은우를 야단친다.

그런 상황에선 중간에서 통역을 해줘야 한다고.

이런 역할을 모르는 녀석이,

이럴땐 아직은 어리다는게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