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5일 일요일
새벽에 잠이 깨어 바닥에 두꺼운 담요를 깔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6시쯤 아침 준비.
매 끼니마다 올케가 먼저 주방에서 소리가 나면 나도 합세하여 돕는 편이다.
빵,계란,잼,우유,시리얼,커피와 진짜 멜론으로 아침식사.
오늘은 2월 마지막주 일요일.
박물관이 무료여서 우리는 바티칸 박물관에 갈려고 한다.
사람들이 몰릴 걸 예상하여 일찍 집을 나섰다. 7시 50분쯤.
로마의 하늘이 오늘 처음으로 파란색. 선선한 바람이 상쾌하다.
테르미니역에서 전철 A선을 탔다.
바티칸 박물관이 가까운 역에서 내렸다.
함께 타고 온 숱한 인파가 한꺼번에 내린다.
이 사람들과 함께 바티칸을 향하여 걷는다.
박물관의 높은 담장을 끼고 한참을 돌아 겨우 줄을 섰다.
그럼 저 앞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몇시부터 줄을 섰을까?
지금 시간은 8시 35분. 9시에 문을 여는데.
우리 뒤로 삽시간에 줄이 이어진다.
내 앞에 있는 젊은 여성 2명은 줄담배를 계속 피워댄다.
그러고 보니, 줄에 선 많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 아랑곳 없이 담배를 피워 물고 있다.
한국에선 어림없는 소행인데....
9시가 넘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담장을 몇번이나 꺽여 갔는데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꼬박 1시간 40분 걸려 겨우 박물관에 입장한다.
저 문은 나오는 문이다.
근데 세계 카톨릭 성당의 총본산인 바티칸이 담장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뭘까?
마치 요새처럼...꽤 위압적이다.
안으로 들어간다.
가방검사. 화장실도 꽤 긴 줄이 이어진다.
바티칸 박물관(Musei Vaticani).
역대 교황의 수집품을 소장. '교황들의 보고(寶庫)' 라고 한다.
총 24개의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만큼 방대한 양의 미술품을 소장.
세계 최대 박물관 중 하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시스티나 소성당.
라파엘로의 방을 비롯해 브라만테가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를 위해 만든 벨베데레 궁전과
피냐의 안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등 르네상스 양식의 미술과 헬레니즘 시대와 고대 로마
시대의 조각에서 세계 제일의 전시품 양과 수준을 자랑한다.
지금의 건물은 약 70년간의 '아비뇽 유수'를 마치고 돌아온 교황이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산 피에트로 대성당과 함께 궁전을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은 베르사유 궁전을 능가한다.
우선 테라스로 나왔다.
책에서 보았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동근 돔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정원도 펼쳐진다.
피냐의 안뜰. 솔방울 분수가 있다.
천체속의 천체. 지구의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작품.
이집트 박물관은 스치듯 지나간다.
피오 클레멘티노 박물관의 조각품들.
그리스 조각의 모작품이 많다.
뮤즈의 방에 있는 벨베데레의 토르소.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형태로 발견된 작품.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특히 좋아했는데 조각상의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자 '이것만으로도 완벽한 작품'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중 예수의 몸을 그릴 때 참고했다나.
원형의 방에 있는 네로의 욕조.
지도의 방. 황금빛 천장이 눈에 번쩍 뜨인다.
교황이 지배하는 성당 40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 지도를 통해
당시의 역사와 지도 작성법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인파에 섞여 그런대로 왔는데 라파엘로의 방으로 가는 통로는 사람들로 꽉 막혀 있어
온전히 감상할 수가 없을것 같아 포기.
시스티나 소성당으로 향한다.
여기는 더욱 더 많아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서서 머리를 제껴 천장의 그림을 보아야 했다.
사진 촬영도 금지.
구약성경에 나오는 '창세기 편'을 올려다 본다.
사실 높은 천장에 수많은 그림을 오롯이 감상할 수가 없다. 너무 작게 보여서...
그동안 여러번 책을 통하여 보아온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짐작할 정도.
벽의 한 면을 차지하는 '최후의 심판'도 먼 발치에서 그냥 확인하는 정도로 끝냈다.
더 이상 있을수가 없어 빠져 나와 버렸다.
숱한 사람들 틈에 끼어 있기가 고역스럽다.
카페테리아에서 카푸치노와 케익으로 당분을 보충하며 아픈 다리를 쉬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긴 줄을 서서 화장실 다녀오고.
박물관 상층에서 내려가는 계단이 재미있다.
결국은 박물관을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들어간 보람이 별로 없어 좀 실망스럽다.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비싼 입장료 안 낸것만으로 다행이랄까?
박물관 출입구 근처에 유명한 젤라토 'Old Bridge'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스페인어를 하는 조카가 이럴 때 제 몫을 다한다.
유명한 리소(쌀이 들어간)는 품절이라서 프라고라(딸기), 피스타키오,망고,앙구리아(수박)등
원하는대로 2인 1개씩 들고 광장으로 나와 잠시 여유를 즐겼다.
역시 이탈리아에서 맛보는 젤라토는 찰진 맛이 최고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온다.
넓은 산 피에트로 광장에도 인파가 가득하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Basilica Papale di San Pietro)
"너는 베드로라. 내가 반석 이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테니 즉 죽음의 힘이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성 베드로(산 피에트로)는 예수에게 '반석'이라는 의미의 '베드로'라는 이름과
'천국의 열쇠'를 받고 예수 이후 첫 교황이 되었다.
세계 카톨릭의 중심지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은 성경의 글귀처럼 성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
서기 90년, 성 베드로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되었고, 326년에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지금의 이름으로 성당을 지었다.
16세기 교황 율리우스 2세가 건물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운 성전을 세울 것을 명령했다.
그때부터 라파엘로,미켈란젤로,베르니니등 10명이 넘는 예술가가 참여해 1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1626년 비로소 지금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모습을 갖추었다.
베르니니가 설계한 광장은 바로크 건축의 특징인 거대한 규모, 화려한 장식, 과장되고 극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대성당이 두 팔을 벌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감싸 안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게다가 여기도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이젠 긴 줄 서는게 지겨워져 대성당 들어가는걸 포기했다.
90년도에 여기 왔을때는 긴 줄 서지 않아 대성당에 들어 갔었다.
광장에 서서 르네상스 양식의 대성당과 바로크 양식의 회랑을 찬찬히 살펴본다.
광장에서 나와서 산탄젤로성으로 향한다.
산탄젤로 다리 아래로 테베레 강이 흐른다. 바티칸시국과 로마시내를 연결하는 다리.
베르니니가 만든 천사 상이 다리 위에 세워져 있다.
다리위에서 본 산탄젤로 성(Castello Sant'Angelo)
로마에 흑사병이 유행하자 천사 미카엘이 이곳에 나타나 병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전설로
'성 천사(산탄젤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성은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묘로 만들었으며 그 후 황제들의 납골당으로 이용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이 공격할 때 스위스 근위대의 도움을 받아 교황이 피신한 장소로 유명.
지금은 박물관으로 이용.
곧 비가 쏟아질것 같은 스산한 날씨.
여기서 강변을 따라 걸어서 트라스테베레로 가려던 일정을 바꿔 이 근처에 있는 나보나 광장으로
간다. 이 다리를 건너 저 건물 사이로 곧장 들어간다.
동생이 구글지도를 이용하여 나보나 광장을 찾아 가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직사각형의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로마 최초의 경기장이 있던 자리에 만든 광장으로 남북으로 길쭉하다.
광장에는 분수가 3개 있다.
산타네세 인 아고네 성당과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점점 추워져서 광장에 있는 식당에 들어왔다.
노천인데도 난로가 위에 있어 온기가 느껴진다. 느긋하게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
파스타와 라자냐,라비올리를 주문하고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저 앞의 웅장한 성당과 바로크의 거장인 베르니니와 보로미니의 분수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여기 음식도 꽤 먹을만하다.
아마도 한국에선 어느 식당을 가든 한식백반이 맛의 기본이 되듯,
여기도 파스타나 피자가 기본적인 맛을 유지할거라 생각된다.
로마에는 광장이 참 많은데 여기는 100년 이상된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의 음악가와 화가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그럴 분위기는 아니다.
빗줄기가 잦아들어 식당에서 나왔다. 바로크의 거장 베르니니의 작품인 피우미 분수.
조각품 하나하나가 표정이 살아있고 매우 극적인 표현을 한것 같아 재미있다.
베르니니와 앙숙관계인 보로미니가 설계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 산타네세 인 아고네 성당.
모로 분수 중앙에 있는 조각상은 보로미니 작품. 조각상에 강한 힘이 느껴진다.
날은 어둑해지고 비는 그칠줄을 모른다.
근처에 있는 판테온을 찾았다.
판테온 천장의 구멍으로 비가 들어와 바닥의 중앙에 빗물이 고인다.
어둡고 많은 사람들 속에 겨우 성모마리아 아래에 라파엘로 무덤을 찾았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라파엘로는 죽은 뒤 그의 소원대로 여기에 안치되었다.
생전에 화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그의 묘비에는 이런 글이 있다.
"여기는 생전에 대자연이 그에게 정복될까 두려워 떨게 만든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와 함께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하노라."
라파엘로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참 멋진 삶을 누렸다.
게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태어나 예술가의 대접을 한 껏 받았고 죽어서도 이곳에 묻힐수
있는 영광을 얻었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부터 멋진 묘비명도 얻었으니 말이다.
판테온은 내게 묵직한 장소가 될거나 짐작했었다.
건축사를 배우면서 늘 판테온의 위대함을 들어왔었다.
다시 가보면 내 눈으로 확인하리라 하고 찾아 왔는데 실내는 어둡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공부할 기분이 아니다.
대신 라파엘로의 무덤을 보며 한껏 부러운 생각만 든다.
춥고 비에 옷이 젖어가니 숙소로 가기로 하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테르미니역으로 가는 버스도 대만원이다.
겨우 올라탔다.
버스안에 있는 티켓체크하는 기계가 고장나 우리 뒤에 올라온 사람들은 공짜로 타게 되었다.
역에서 내려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
와인,물,우유,바나나... 등
숙소에 들어와 따뜻한 물로 샤워.
몸은 몹시 노곤하지만 저녁을 지어 먹었다.
새로 사온 쌀로 지은 밥이 맛이 좋다.
반조리 식품인 닭갈비와 떡볶이도 만들고. 와인과 곁드려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한식으로 매콤하고 따끈하게 먹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린다.
저녁 식사후, 다시 밥을 지어 주먹밥을 만든다.
올케가 재빠르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니 참 수월하게 일을 끝내게 된다.
내일은 이른 아침(6시50분)에 투어팀을 만나 아말피로 떠난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내일 아침에 먹을 주먹밥과 미역국을 끓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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