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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 (2021년 3월1일 ~ 3월 5일) 제 4일

럭비공2 2021. 3. 22. 17:21

2021년 3월 4일 목요일

6시쯤 눈이 떠져 빈둥대다가 스트레칭.

7시쯤 일어나 짐 정리. 냉동실에 넣어둔 고구마빵을 꺼내어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웠다.

누룽지를 끓이는데 냄비가 작아서 라면포트까지 동원하여 두 군데로 나누어 끓인다.

프라이 팬도 작아서 계란 4개를 4번에 나누어서 프라이해놓고.

이 숙소 주인은 여성 두 분이 운영한다는데 살림을 안 해본 사람 같다.

4명 수용 가능한 숙소라면 주방 용기들도 그 수준에 맞춰야 하지 않나?

쓸데없는 그릇들, 쓸모없는 장식들로 좁은 공간을 채워놓아 지내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짐을 다 싸놓고 올케는 한쪽으로 치워놓았던 장식품들을 원위치시켜 놓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방. 저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돌축대에 붙여 지은 집이었다.

돌축대 위로 좁은 골목이 올려다 보이고 골목에 바짝 붙어 지어진 뒷집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구조여서

얼른 창문을 닫았다.

동생이 머물렀던 온돌방. 창문 앞에 저 장식품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조그마한 거실.
화장실에 옷걸이나 선반이 없어 불편하다. 있어야 할 헤어드라이기는 없다.
거실창문으로 바라본 전경. 지대가 높아 동네가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에 완도 여객 터미널이 있다.

 

숙소 대문.

오던 날 왼쪽 계단을 따라 올라간 옥상에서 뒷집이 너무 가까워 민망하여 얼른 내려왔다.

언덕받이 좁은 공간에 집을 지어 놓아 시선이 자유롭지 않다.

 

숙소 바로 옆집은 공사중. 아마도 좁은 공간에 이 숙소와 비슷한 건물을 세울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전망대가 있는데도 올라가보지 못하고 그냥 떠난다.

9시에 출발하기로 했었는데 30분 늦게 출발.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은 온종일 비예보가 있다.

완도에서의 2박을 끝내고 영암을 향하여 출발.

어제의 멋진 시골 풍경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4박 5일의 일정 중 2일을 빗속에서 보내야 하다니...

오늘은 영암 땅에 있는 우리 논을 찾아보고 월출산 아래의 백운동 별서정원과 설록다원을 보고 나주에 들러

점심을 먹고 전주까지 올라가는 일정이다.

 

내비게이션에 우리 논의 주소와 번지수를 입력하고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안내 종료를 알린다.

어디일까? 우리 땅은 논인데, 여긴 온통 논을 밭으로 사용되고 있어 우산을 받고 두리번거린다.

나는 262평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데 남편이 용케 비슷한 면적의 논을 찾아낸다.

에그~ 요렇게 작단 말이야? 이 논에서 얼마큼 수확하기에 40Kg의 쌀을 보내어 오는지...

재작년부터 어떤 분이 이 논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가을에 추수 끝나면 쌀 40Kg을 보내주는데 지금 이 순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쩌다가 이런 먼 곳에 땅을 사게 되었는지...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는 시누이의 어려운 형편을 돕는다고 돈을 보냈더니 영암 땅에 쪼그만 논을 살 줄이야.

나중에 알고 보니 기획부동산 회사에서 하는 짓거리였던 것.

2003년인가 전라남도에 기업도시가 생긴다고 그 주변에 대량의 땅을 구입하여 투자자를 모집하여 쪼개 팔았던 것이다.

얼마나 비싸게 팔았는지 20년 다 되어 가는 요즘 그 땅의 공시지가를 보면...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시누이는 얼마큼 수당을 챙겨 가계에 보탬이 되었는지... 원망스럽기도 하고...

 

자동차는 시골길을 빠져나와 빗속을 달려 월출산 근처까지 와서 길을 헤매고 있다.

백운동 별서 정원 입구가 공사 중이어서 주차장을 찾지 못하여 한 바퀴 돌고 있다.

할 수 없이 설록다원 녹차밭 사이에 차를 세우고 별서 정원으로 들어간다.

별서 정원이라는 것은 살림집 옆에 별채에 딸린 정원을 말한다.

크지 않은 아담한 정원인데 그 주변을 원시림이 둘러싸고 있어 호남의 3대 민간 정원(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과 함께)중 하나이다.

조선 중기에 처사 이담로가 이곳을 조성하여 은거했던 정원으로  조선 중기 선비들의 은거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란다. 아마도 살림집은 남지 않고 별서정원만 남아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다.

 

정원 안에 포석정 같은 연못이 있어 이채롭다.
고목이 된 매화나무를 보니 화투장에서 보았던 매화그림이 생각난다.
이 정원에는 이런 팻말들이 세워져 있다.

다산 정약용이 시를 짓고 초의 선사가 그림으로 표현했다.

 

담장 넘어 대나무 숲이 펼쳐진다.
저쪽 담장 밑에서 물이 흘러 들어와 사각형 연못을 휘돌아 다시 이쪽 담장 밖으로 나간다.
별채에 있는 집들은 방 한 칸에 마루가 딸려 있다.

저 마루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흥이 나면 시를 짓고, 그림도 그리고, 남도 창을

한 가락 뽑아보고... 멋지게 인생을 즐기며 살았을 것 같다.

 

별채 담장 밖으로 나가 보았다.
옆 계곡물을 퍼올려 담장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담장을 쌓은 돌문양도 예쁘고,

담장 밑 개구멍으로 물을 흘러 들여 연못을 채우게 되는 발상이 참 훌륭하다.

 

담장 밖은 원시림으로 둘러 싸여 있다.
동백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
이담로의 6대 손 이시헌이 별서정원에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초의선사, 소치 허련...등

남도의 예향인들을 끌어들여 깊이 교류하면서 인생을 멋지게 살았던 것 같다.

이곳에 그의 무덤이 있다.

별서 정원을 만든 이담로의 묘가 맨 위에 있다.

별서정원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설록다원에 들어섰다.

월출산의 기암 산세와 잘 어우러지는 드넓은 차밭이 여기에 있다니..

보성 차밭보다 훨씬 넓고 잘 가꾸어져 있다.

차밭에 키가 큰 선풍기가 곳곳에 있어 무슨 용도일까?

난 더운 여름에 녹차 잎을 시원하게 해 주기 위해서 라고...

내 동생은 미니 풍력발전기가 아니겠냐고....

지나가면서 보니 防霜用 이란다. 서리를 방지하기 위해 선풍기를 틀어 준다는 것.

서리가 찻잎에 나쁜 영향을 주는가 보다.

월출산 산세와 잘 어우러지는 드넓은 녹차밭 하나 만으로도 오늘 일정은 충분하다.

 

나주를 향하여 달린다.

전주를 가는 길에 나주에 들러 나주곰탕으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국도를 달리니까 도로에 원형 교차로를 많이 지나간다.

스페인에서 자주 마주쳤던 원형교차로에서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면서 한국과 스페인의 도로를 비교하게 된다.

폭이 넓지 않은 고속도로 바닥이 얼마나 편편한지 자동차를 오래 타도 흔들림이나 소리가 매우 적었다.

BMW의 성능이 좋아서 일까? 지금 우리가 탄 국산 베라크루스도 꽤 성능이 좋은데도... 도로의 질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고속도로비를 꼬박꼬박 지불하는데 스페인은 고속도로비라는 게 없었다.

그러나 우리 것이 좋은 건 일정한 거리마다 휴게소가 있다는 게 큰 장점이기도 하다.

널찍하고 분위기 쾌적하고 먹거리가 풍부해서 쉬었다 가기에 딱 좋다.

 

그런데 남편이 아까부터 괴로워한다.

몸살 난 것 같다고. 별서정원을 겨우 돌아보고 나서 쉬겠다고 자동차로 먼저 가있었다.

좀 어지럽고 컨디션이 안 좋아 마음이 쓰인다.

 

나주 관아 건물 앞에 있는 나주 곰탕집.

나주 곰탕의 양대 산맥은 하얀 집과 할머니 곰탕집으로 구분한다.

하얀 집은 주로 젊은 층과 연예인들이 주로 가고, 장년층이나 정치인들은 할머니 집을 주로 찾는다고 동생이 귀띔해준다.

전에 답사 왔을 때 나주 곰탕집을 옆에 놔두고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일행 중 곰탕 못 먹는 사람이 있어 기사식당으로 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분개했었던 기억. 쓴웃음이 난다.

오늘은 하얀 집으로 갔다.

곰탕은 9천 원, 수육 곰탕은 1만 2천 원.

남편이 많이 못 먹겠다고 하여 나와 동생은 수육 곰탕으로.

국물이 시원하고 두툼한 수육이 엄청 많이 들어 있다.

전에 동국대 역 근처 나주 곰탕집에서 먹었던 썰렁한 곰탕 때문에 나주곰탕 하면 손사래를 쳤는데 진짜 곰탕이

정말 맛있다. 남편은 먹으면서 괴로운지 끙끙댄다.

 

전주를 향하여 달린다.

굵직한 빗방울이 앞 차창을 두드린다.

시야가 뿌옇게 보여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가며 잘도 달린다.

호남고속도로 김제 IC에서 나와 전주시내로 들어와 한옥마을에 내렸다.

 

오늘은 한옥에서 숙박한다.

방 5개짜리 독채를 빌렸다. 4명이 방 1개씩 써도 1개가 남는다.

방마다 욕실이 딸려있다. 그런데 주방은 없다.

한옥마을 숙소는 화재위험 때문에 주방이 없단다.

가지고 온 식재료를 담은 가방과 아이스박스는 가운데 방에 딸린 마루방에 놔두고 양 옆 방을 각각 쓰기로 하였다.

우리 방. 온돌방이 따뜻하고 두툼한 이부자리가 깔려 있다.

욕실이 딸려 있다. 왼쪽 문을 열어보니 뒷방으로 나가는 문이다.

문고리에 숟가락이 꽂혀있어 출입금지 임을 알린다.

 

욕실에는 뜨거운 물이 잘 나온다.

특히, 샤워할 때 창호지 문에 물이 튈까 봐 샤워 커튼을 반드시 치고 사용하라고 안내가 붙어 있다.

 

남편은 감기약을 먹고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작은 방이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 짜임새 있게 잘 구비되어 있어 찾아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투박한 나무 선반에 정감이 간다. 출입문도 이중문에 방충망도 되어 있다.

집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요소요소에 배어 있다.

 

창문 아래에 널찍한 나무 선반을 대어 수납하기 편리하고 그 밑에는 작은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 위 바구니에는 전통놀잇감(윷과 윷판, 제기)이 들어 있다.

선반 위에는 읽을만한 책들이 꽂혀있고, 여러 권의 고서가 있어 열어보니 2010년부터 다녀간 손님들의

방명록이 기록되어 있다.

 

비 오는 날의 한옥은 참 운치가 있다.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낮잠 자기 딱 좋은 환경이다.

댓돌 위에 하얀 고무신 2켤레.

열린 방은 동생 부부가 쓴다. 방 2개가 작은 마루방 사이로 연결되어 있다.

왼쪽의 자물통이 걸려 있는 방은 비어있고, 단지 작은 마루방에 식재료 박스를 보관 중이다.

 

마당과 대문. 담이 없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이다.

비가 안 오면 저 평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도 좋겠는데...

 

우리방. 기억자 구조의 맨 끝방이다.

툇마루를 따라 뒤로 가보면 뒷방으로 연결된다.

우리 방 앞 댓돌 위에는 검정 꽃고무신 2켤레가 있다.

 

낙숫물이 떨어져 요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어릴적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남편이 잠든 사이에 마당에 나가 사진도 찍고 동생 방도 둘러보고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고 이곳저곳 꼼꼼히 살펴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남편도 따뜻한 방에서 한잠 자고 나더니 몸이 좀 거뜬해졌단다. 다행이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전에 동생네 가족이 이곳을 다녀갔던 터라 칼국수 맛집을 따라나섰다. 

야트막한 집들과 널직한 도로가 참 맘에 든다.
칼국수로 유명한 집.

대들보로 쓸 법한 나무기둥이 한적한 실내를 보완해준다.

메뉴는 딱 3가지. 칼국수, 쫄면, 만두.  우리는 모두 주문하여 골고루 맛을 보았다.

칼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일 아침에 먹을 빵과 우유를 샀다.

전주에서 유명한 풍년제과에서 초코파이와 센배 과자를 구입.

샤워를 끝내고 누우니 창호지문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빛이 정말 좋다.

어릴 적엔 이런 운치를 못 느끼고 살았는데...

 

아예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서 마당의 밤풍경을 담았다.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쾌적하게 잠이 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