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3일 수요일
자다가 목이 깔깔하게 아파 잠이 깨어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은 약을 먹고 다시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둘이 눕기엔 침대가 너무 좁아 결국은 이부자리를 바닥에 깔고 누우니 따끈한 온돌이 너무 건조했나 보다.
7시 넘어 일어났다. 밖이 환하다.
햇살이 거실 창으로 가득 들어온다.
여객 터미널이 내려다 보여 배가 천천히 드나드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청산도를 가기 위해 이곳에 숙소를 정했는데 이번엔 그냥 숙소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고 북엇국을 끓여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더 묵기 때문에 나서는 짐이 가볍다.
그냥 차에서 먹을 간식 정도 챙겼다.
오늘 갈 곳을 미리 T맵에 저장해놓고 출발~
백련사, 다산초당, 두륜산 케이블카, 빵집 두 군데...
어제저녁 식사했던 식당에 두고 온 동생 안경을 찾아 가지고 완도대교를 건너 해남 땅을 지나 강진 쪽으로 달려간다.
배추밭은 보이지 않고 파란 마늘밭과 보리밭이 펼쳐진다. 참 정겹다.
5~6월쯤 전라도산 장아찌용 햇마늘이 올라오는데 아마도 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공급해 주는 게 아닐까?
1시간여를 달려 백련사에 도착. 전에 답사 때 왔었는지 기억에 없다.
조선 중기 사람인 이광사는 말년에 이 근처인 신지도에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글씨체가 힘이 잔뜩 들어간 듯 독특하다.
여름에 신도들이 시원하게 쉬었다 가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진한 쌍화차 한 잔이 보약처럼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것 같다.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으로 가는 산길.
동백숲이 나온다. 요즘 동백꽃 만발. 송이째 떨어진 잔해들.
다산 정약용은 유배생활 18년중 10년을 여기서 보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백련사의 주지인 혜장선사와 이 길을
오고 가면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내 기억엔 다산 초당 한 채뿐이었는데 언제 이 집을 복원했을까?
집에 와서 답사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1970년에 복원되어 있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게 왠지 서글프다.
다산 동암 현판 글씨는 정약용의 글씨를 집자해 만들었단다.
다 둘러보고 나서 동생 부부는 자동차를 가지러 왔던 길로 다시 가고, 우리는 산을 내려간다.
새로 놓은 돌계단이 어찌나 깊고 가파른지 지팡이에 의지하여 내려가는데 힘이 많이 든다.
올라오는 사람들도 숨이 차서 얼굴이 하얗다.
공사를 할 때 인체의 구조를 생각 안 하고, 청장년 층만 올라오라는 건지...
차리리 옛날 자연 그대로 오르내렸던 옛길이 나을 뻔했다.
10년 사이에 다산 박물관도 생겼다. 박물관 주차장에서 동생 부부와 합류.
점심을 간단하게 먹기로 하여 딸이 알려준 해남에 있는 유명한 빵집을 찾아간다.
해남군 시내를 지나 시골길을 달려간다. 설마 이 시골에 무슨 빵집이 있을까 했는데 논 밭 한가운데 새로 지은
야트막한 건물 3동이 나온다. 여기가 빵집이라는데 오늘 준비한 빵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뿔싸~ 아직 3시인데... 하얀 작업복을 입은 젊은 여주인이 나와 설명해준다.
수목금토 4일만 영업, 11시에 OPEN.
혼자서 11종류의 빵을 만들다 보니 많이 만들 수가 없어 거의 일찍 소진된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오던 길에 보았던 토종닭 요리촌이 생각나 얼른 인터넷 검색하여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해 보았다.
빵집과 바로 이웃에 있는 토종닭 전문점.
마당에는 배추가 가득 절여져 있다. 올여름에 먹을 백김치를 만드는 중이란다.
닭 코스 요리(6만 원). 가슴살 육회 - 닭볶음 - 닭다리와 날개구이 - 찹쌀 넣은 찜닭 - 녹두죽
와우~ 가슴살 육회가 나온다. 자신이 없어 손을 못 댄다. 동생 혼자서 먹다가 남은 건 닭볶음에 넣어 익혀 먹었다.
코스대로 먹다 보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다 못 먹은 찜닭은 take out.
여기서 생각지 않게 점심과 저녁 겸 아주 무겁게 먹느라 일정 한 곳은 생략하기로 하고 다른 빵집에 들러 가기로 하였다.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해남읍내에 있는 고구마 빵으로 유명한 빵집은 하나로 마트 안에 있다.
고구마랑 똑같이 생긴 빵이 수북이 쌓여 있다.
10개들이 1 상자가 2만 원. 딸이 20개 부탁하여 2 상자를 사고 우리가 먹으려고 4개를 더 사는데 어제 나온 빵이라고 2개를 덤으로 얹어 준다.
완도 숙소 도착.
저녁을 일찍 해결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별로 할 일이 없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틈나는 대로 샤워를 한다.
고구마 빵을 꺼냈다.
고구마와 똑같이 생겼다.
고구마를 구워 빵 소로 쓰고 찹쌀 반죽으로 겉을 싸았다고 주인이 설명해줬는데 정말 구운 고구마의 불맛이 나고
식감도 좋고 속이 든든하다.
해남과 진도에는 황토고구마가 지역 특산물로 되어 있던데 이 고구마 빵은 참 좋은 발상이다.
맥주와 포장해온 찜닭, 새우깡을 안주로 담소를 나누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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