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전라도 여행 (2021년 3월1일~ 3월5일) 제 3일

럭비공2 2021. 3. 17. 17:38

2021년 3월 3일 수요일

자다가 목이 깔깔하게 아파 잠이 깨어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은 약을 먹고 다시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둘이 눕기엔 침대가 너무 좁아 결국은 이부자리를 바닥에 깔고 누우니 따끈한 온돌이 너무 건조했나 보다.

7시 넘어 일어났다. 밖이 환하다.

햇살이 거실 창으로 가득 들어온다.

여객 터미널이 내려다 보여 배가 천천히 드나드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청산도를 가기 위해 이곳에 숙소를 정했는데 이번엔 그냥 숙소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고 북엇국을 끓여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다.

올케가 찬장에서 이디오피아산 볶은 커피원두를 찾아내어 갈아서 커피를 내려 모두 느긋하게 커피를 즐긴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더 묵기 때문에 나서는 짐이 가볍다.

그냥 차에서 먹을 간식 정도 챙겼다.

오늘 갈 곳을 미리 T맵에 저장해놓고 출발~

백련사, 다산초당, 두륜산 케이블카, 빵집 두 군데...

어제저녁 식사했던 식당에 두고 온 동생 안경을 찾아 가지고 완도대교를 건너 해남 땅을 지나 강진 쪽으로 달려간다.

배추밭은 보이지 않고 파란 마늘밭과 보리밭이 펼쳐진다. 참 정겹다.

5~6월쯤 전라도산 장아찌용 햇마늘이 올라오는데 아마도 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공급해 주는 게 아닐까?

 

1시간여를 달려 백련사에 도착. 전에 답사 때 왔었는지 기억에 없다.

만경루 누각옆으로 올라간다.
잘생긴 배롱나무가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다.

 

높은 축대위에 세워진 대웅보전. 처마를 받히는 기둥(활주)이 경쾌하다.
'대웅' '보전' 두쪽으로 나누어진 현판글씨는 이광사의 글씨.

조선 중기 사람인 이광사는 말년에 이 근처인 신지도에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글씨체가 힘이 잔뜩 들어간 듯 독특하다.

 

법당안에 만덕산 백련사의 현판 글씨가 절寺가 아닌 모일 社를 썼다.
기둥아래 주춧돌도 격식없이 생긴대로 썼다.
경내에 외래종인 호랑가시나무도 있다.
백련사는 봄꽃이 한창이다.
핑크색 홍매화랑 백매화가 우리를 한껏 맞이해주는것 같다.
돌축대 틈에도 보라색 보석이 박힌 듯 영롱하다. 개불알 꽃. 이름은 민망하지만...
구강포가 건너다 보이는 백련사는 터가 좁아서 그런가 전각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백련사 들어올때 대웅보전 법당을 막고 있었던 만경루는 안쪽에서 보니 꽤 넓은 마루방이다.

여름에 신도들이 시원하게 쉬었다 가기에 딱 좋을 것 같다.

 

경내에 있는 찻집에 들렀다. 쌍화차와 연근차, 감잎차, 연꿀빵.
따뜻한 온돌방, 햇살 가득한 찻집에 앉아 忙中閑을 즐기고 있다.

진한 쌍화차 한 잔이 보약처럼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것 같다.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으로 가는 산길.

동백숲이 나온다. 요즘 동백꽃 만발. 송이째 떨어진 잔해들.

비석 받침대 홈에 누군가가 모아놓은 동백이.
동백숲엔 새들이 유난히 많다. 동백새. 꽃의 꿀을 빨아먹으며 몸에 꽃가루를 묻혀 수분을 시켜준다는 얘기를 들은것 같다.
스님의 사리를 모신 무덤이지만 이렇게 앙증맞고 귀여운 부도탑을 보게 될줄이야...
만덕산은 차나무가 많아 茶山이라고도 불렀다는데 정약용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茶山이라는 호를 얻었단다.
나무계단이 놓아져서 걷기에 무리가 없이 산에 오른다.
대나무 밭도 지나간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생활 18년중 10년을 여기서 보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백련사의 주지인 혜장선사와 이 길을

오고 가면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30여분을 걸어 도착한 곳. 천일각을 지나 다산초당 옆에 이 집은 다산 동암. 왠지 낯설다.

내 기억엔 다산 초당 한 채뿐이었는데 언제 이 집을 복원했을까?

집에 와서 답사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1970년에 복원되어 있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게 왠지 서글프다.

다산 동암 현판 글씨는 정약용의 글씨를 집자해 만들었단다.

 

다산초당과 그 옆에 파놓은 네모진 연못과 그 안에 자연석을 쌓아 둥근 섬을 만들어 놓았다.
작은 홈통으로 물을 끌어와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다산초당 멋드러진 현판글씨는 추사 김정희가 썼다. 다산은 이 초당을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실로 이용하였다.
초당 앞의 너럭바위는 다산이 차를 다릴때 애용했던 차부뚜막이다.
다산 서암. 초당은 교실로, 서암은 제자들의 거처, 동암은 다산의 거처로 이용하였다.

다 둘러보고 나서 동생 부부는 자동차를 가지러 왔던 길로 다시 가고, 우리는 산을 내려간다.

새로 놓은 돌계단이 어찌나 깊고 가파른지 지팡이에 의지하여 내려가는데 힘이 많이 든다.

올라오는 사람들도 숨이 차서 얼굴이 하얗다.

공사를 할 때 인체의 구조를 생각 안 하고, 청장년 층만 올라오라는 건지...

차리리 옛날 자연 그대로 오르내렸던 옛길이 나을 뻔했다.

초당 아래 귤동마을이 어느새 한옥마을로 변해 민박숙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10년 사이에 다산 박물관도 생겼다. 박물관 주차장에서 동생 부부와 합류.

점심을 간단하게 먹기로 하여 딸이 알려준 해남에 있는 유명한 빵집을 찾아간다.

해남군 시내를 지나 시골길을 달려간다. 설마 이 시골에 무슨 빵집이 있을까 했는데 논 밭 한가운데 새로 지은

야트막한 건물 3동이 나온다. 여기가 빵집이라는데 오늘 준비한 빵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뿔싸~ 아직 3시인데... 하얀 작업복을 입은 젊은 여주인이 나와 설명해준다.

수목금토 4일만 영업, 11시에 OPEN.

혼자서 11종류의 빵을 만들다 보니 많이 만들 수가 없어 거의 일찍 소진된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오던 길에 보았던 토종닭 요리촌이 생각나 얼른 인터넷 검색하여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해 보았다.

빵집과 바로 이웃에 있는 토종닭 전문점.

마당에는 배추가 가득 절여져 있다. 올여름에 먹을 백김치를 만드는 중이란다.

닭 코스 요리(6만 원).  가슴살 육회 - 닭볶음 - 닭다리와 날개구이 - 찹쌀 넣은 찜닭 - 녹두죽

와우~ 가슴살 육회가 나온다. 자신이 없어 손을 못 댄다. 동생 혼자서 먹다가 남은 건 닭볶음에 넣어 익혀 먹었다.

코스대로 먹다 보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다 못 먹은 찜닭은 take out.

여기서 생각지 않게 점심과 저녁 겸 아주 무겁게 먹느라 일정 한 곳은 생략하기로 하고 다른 빵집에 들러 가기로 하였다.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해남읍내에 있는 고구마 빵으로 유명한 빵집은 하나로 마트 안에 있다.

고구마랑 똑같이 생긴 빵이 수북이 쌓여 있다.

10개들이 1 상자가 2만 원. 딸이 20개 부탁하여 2 상자를 사고 우리가 먹으려고 4개를 더 사는데 어제 나온 빵이라고 2개를 덤으로 얹어 준다.

 

완도 숙소 도착.

저녁을 일찍 해결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별로 할 일이 없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틈나는 대로 샤워를 한다.

고구마 빵을 꺼냈다.

그 당시에 찍어둔 사진이 없어 집에 돌아와서 냉동실에 넣어둔걸 꺼내어 찍었다.
렌지에 넣어 1분 해동하고 10초 가열하여 꺼낸것. 모양이 더 납작해졌다.

고구마와 똑같이 생겼다.

고구마를 구워 빵 소로 쓰고 찹쌀 반죽으로 겉을 싸았다고 주인이 설명해줬는데 정말 구운 고구마의 불맛이 나고

식감도 좋고 속이 든든하다.

해남과 진도에는 황토고구마가 지역 특산물로 되어 있던데 이 고구마 빵은 참 좋은 발상이다.

맥주와 포장해온 찜닭, 새우깡을 안주로 담소를 나누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