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2일 금요일
호텔의 벽이 얇아 옆방에서 이른 새벽에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깨었다.
전망좋은 곳에 자리잡은 명색의 호텔이라는 곳이 겉만 번지르 하고, 속은 날림으로 지어져 허술한 구석이
여럿 눈에 띤다. 다행히 비수기여서 싼값에 방을 얻었다고는 하나 마음은 씁쓸하다.
7시반. 짐을 꾸려 호텔을 나선다.
이 호텔은 서양식 조반이라 시내로 나가서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동해안의 청국장 찌개는 이런 맛인가? 붉은 청국장? 암튼,맛이 좀~
추암 촛대바위.
錐(송곳 추) 岩(바위 암) 송곳 처럼 뽀족한 바위, 즉 촛대바위.
그러나 정작 이 마을에 간판은 湫(다할 추) 岩 이라 써있다. 다하는 바위? 무슨 뜻일까?
암튼, 동해의 해금강이라 불리었으니, 추암 제 1의 경치로 친다.
애국가가 나올때 TV화면에 해가 촛대바위 끝에 환하게 솟아 올라오던 바로 그 장면이 여기!
추암에서 내려다 본 석림. 보이지 않지만 석림 왼쪽에 해암정이 자리잡고 있다.
해암정: 고려 공민왕때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와 살며 세운 정자.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아담하고 단아하여 마음에 쏙 든다.
바다를 등지고 앉은 모습이지만 대청마루 뒷쪽으로 문을 내지 않았을까?
추암에서 사진 찍느라 늦게 당도하는 바람에 뒷문을 확인하지 못해 좀 아쉽다.
정자 뒷쪽으로는 기암괴석에 군대 철조망이 처져 있어 접근을 못해 이것 또한 아쉽고.
죽서루: 오십천 절벽 위에 자리 잡고, 관동팔경 중 제일 큰 정자이며 가장 오래 된 건물.
정면 7칸 측면 2칸. 겹처마에 팔작지붕. 보물로 지정.
누마루 옆 큰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
누마루 안쪽 높은 벽에 걸려있는 여러개의 판각들. 이곳을 다녀간 옛사람들의 기록이 있다.
누마루 아래 절벽 밑으로 오십천이 흐르고 오래된 향나무가 죽서루의 역사를 말해준다.
누마루에 편안하게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관장님의 설명을 듣는다.
벽이 없이 탁 트여 있어 자연스럽게 밖을 바라볼 수 있으며 내부의 공간이 넓어 시원스럽다.
누마루 입구에 있는 커다란 자연석이 현관 역할을 한다.
누마루를 받치고 있는 기둥의 길이가 제각각이다. 자연석 위에 세웠기 때문.
용문바위 구멍으로 본 죽서루.
이 바위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관장님이 버스에서 기다리다가
우리를 찾으러 나오셨다. 아이고 죄송스러워라!!
실직군왕릉.
삼척 김씨의 시조인 실직군왕은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손자 김위이다. 그럼 마의태자의 아들??
고려 태조는 신라를 복속시키면서 경순왕의 자손인 김위를 실직군왕이라 칭하며 대우하였다.
삼척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권을 좋은데 삼척 김씨 가문에서 시조묘를 보살피지 않은듯
잡풀이 무성하여 이름(실직군왕) 그대로 쓸쓸해 보인다.
실직군왕의 왕비릉. 이쪽 동네는 참 이상하다.
어제 이성계 조부모의 묘가 다른 동네에 제각각 있듯이 실직군왕과 왕비릉도 서로 다른 동네에
모셔져 있다. 그래도 여기 왕비릉은 하얀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무덤앞의 장명등의 문살이
꽃문양이어서 조금 덜 쓸쓸해 보인다.
천주교 원주교구 성내동 성당 : 1957년 축성. 근대 문화유산.
로마네스크 양식:장식적인 요소는 철저히 배제되고 매우 심플하다.
시내 언덕위에 자리잡아 내려다 보는 유럽식 건축 양식.
척주 동해비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공덕비의 비석머리에 있는 문양이 천진스럽고 현대적이다.
동해비를 보고 내려오다가 이곳 그늘에 앉아 한 회원이 마트에서 사온 아이스 바를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척주 동해비: 척주는 삼척의 옛말
조선 현종때 삼척부사 허목이 세우고 글씨를 씀.
당시 삼척은 파도가 심하여 바닷물이 읍내까지 올라오고, 홍수때는 오십천이 범람하여 피해가 극심하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허목이 신비한 뜻이 담긴 동해송을 지어 전서체로 써서 동해비를 세우니 바다가
조용해졌다고 한다.
공양왕과 3부자의 능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삼척에 귀양왔다가 한 달 만에 죽임을 당한다.
조선 태종때 왕으로 복원되어 이곳에 묻혔다가 그후 경기도 고양시 원당으로 이장되었다.
이곳 무덤은 봉분만 그대로 남겨둔 것으로 추측.
회원들의 요청으로 점심은 막국수를 먹었다.
막국수 식당 옆으로 레일 바이크가 지나간다. 가족단위,연인들... 행복해보인다.
레일 바이크 코스는 시원한 바다를 옆으로 두고 달린다.
해신당: 바닷가 절벽 위에 당집을 짓고 나무로 만든 남근을 바치며 어부들의 풍어를 비는 곳.
남근의 상징물.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입장료를 엄청나게 받는다. 3300원, 경로 1500원.
우리는 공원에 가는게 아니고 저 위에 보이는 해신당만 갈것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깍아달라고
요구했지만 무뚜뚝한 직원의 거부로 결국은 올라가지 못하고 나왔다.
특히,연세든 남자 회원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남근 모형이 민망하여 더욱 반대한것 같다.ㅋㅋ
울진 봉평 신라비 전시관
봉평 신라비 : 법흥왕때 세워진 신라 最古의 비로 비문의 일부가 마멸되어 완전한 판독은 어렵지만
당시 신라가 영토를 넓혀나가면서 지방 통치를 어떻게 했는가등 삼국시대 신라 역사를
밝혀주는데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비문을 담고 있다. 국보로 지정.
버스는 불영계곡을 끼고 달린다.
산과 물이 어우러져 솟은 절벽과 그 절벽이 되비치는 물살의 변화를 만끽한다.
어제 본 무릉계곡은 삼화사 근처에서 시작되어 등산로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을 못했던 아쉬움을
지금 차창을 통하여 굽이 굽이 돌때마다 나타나는 빼어난 절경을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천축산 불영사 일주문
노란 어리연이 가득 피어있는 연못과 잘 어우러지는 불영사 전경.
장작더미가 깔끔하게 잘 정돈된 요사체. 이곳 비구니 스님들의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다.
저 산자락에 있는 부처 형상의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친다 하여 佛影寺라 하였다는데.
내가 보기엔 법보인 범종누각이 연못에 비치어 불영사라 이름 지었다는게 더 어울릴듯 하다.
대웅보전: 조선 후기에 지어진 정면 3칸 측면 2칸, 겹처마 팔작 지붕. 보물로 지정.
대웅보전의 기단 아래에 돌거북이 한 쌍이 고개를 쑥 내밀고 묻혀 있는 모습이 마치 대웅전을 둘이서
짊어지고 끙끙대며 버티는 듯하다.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그 불기를 누르라고 물의
신인 용왕을 모신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벽에 걸린 탱화 "영산회상도"는 영조때 그림. 보물로 지정.
법당 옆 사적인 공간은 발을 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비구니 스님들의 세심함.
웅진전: 정면 3칸 측면 2칸 맞배지붕. 가운데 칸은 문이 나있지만 양쪽을 벽으로 꾸미고 빛과 바람이
통하는 살창을 달았다. 경내의 건물중 가장 오래되었다. 보물로 지정.
불영계곡 끝에 있는 불영사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내가 늘 마음에 품고 있는 서너채의 사찰에 또 하나를
품게 되어 기쁘다. 돌아나오는데 스님들이 정성드려 가꾼 농작물도 얼마나 예쁜지....
일주문에서 불영사 경내까지 1Km 되는 도로는 불영계곡을 끼고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성류굴 : 아주 오래전에 와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입구가 변해 있다.
석회암 동굴은 어디를 가든지 비슷하여 별로 흥미가 없다.
전에 과학교사로 지구과학을 가르칠때는 지대한 관심분야 였지만 지금은 그저....
성류굴 관람을 끝나고 나오면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어둑한 날씨. 망양정에 오른다. 30년전에 새로 보수해서 옛맛이 없지만, 망양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눈맛은 시원하다.
날이 저물어 월송정 관람은 포기.
겸재 정선의 "관동팔경도"에 월송정이 그려져 있어 기대해 보았는데 조금 아쉽다.
바닷가 식당에서 저녁식사.
영덕에 오면 대게를 먹어야 하는데 요즘 대게는 비싸기만 하고 살도 별로 없어 홍게로 대체.
빨갛게 쪄 나온 홍게 한 접시와 가위가 주어진다. 식당 주인이 홍게 살을 손쉽게 빼내는 방법을 시연.
몇번 해보니 아주 재미있게 잘 빠진다. 모두 말 없이 여기에 열중.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비빔밥이 게딱지에 가득 채워져 나온다. 게탕과 함께.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버스는 다시 달려 백암온천에 도착.
온천은 내일 새벽에 하기로 하고는 오늘은 간단히 씻고 자리에 누워 TV감상.
'답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북 영천 포항 답사(2012년 12월 13일~15일) 제 1일. (0) | 2012.12.30 |
---|---|
동해,삼척,울진,영덕 답사(2012년 6월) 제 3일 (0) | 2012.07.02 |
동해,삼척,울진,영덕 답사(2012년 6월 21일~23일) (0) | 2012.06.28 |
경기도 연천 답사 (2012년 4월) (0) | 2012.04.27 |
충남 청양 답사 (2012년 3월 27일) (0) | 2012.03.31 |